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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깡패 영화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

직딩H 2010. 10. 5. 06:30


  깡패, 건달이란 말은 절대 좋은 어감이 아니다. 하지만 깡패도 깡패 나름이다. 자식이나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약해지는 것이 깡패의 습성이다. 약해질 뿐 아니라 그 누구보다 헌신적인 모습으로 자기 사람을 끝까지 지켜낸다. 물론 비열한 모습, 정말 인간 같지 않은 모습의 깡패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머리는 깡패라는 어감을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하면서도 그들의 의리와 정의로운 모습에 쉽게 감동하곤 한다. 물론 그간 영화나 TV를 통해서 미화 된 깡패의 모습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나쁘진 않다. 그들에게도 분명 배울 것이 있고 감명받을 것이 있으니까. 이성적으로 잘 가려서 받아들이면 된다.

  여기 깡패중의 깡패 둘이 있다. 한 명은 우습지만 감동과 의리가 있는 깡패고, 한 명은 부산(父山) 같은 깡패다. 내가 이 깡패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감동을 받았고, 이들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도대체 어떤 깡패가 큰 감동과 가르침을 줬는지 한 번 만나보고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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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 같은 애인, 남녀간 의리를 보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별 볼일 없는 삼류 건달 얘기로 비춰진다. 그도 그럴 것이 추리닝을 입고 어설프게 어슬렁거리는 동철(박중훈)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동철은 처음에 무척이나 매정하게 보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매정하다기 보다 세상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위협적이지도 않다. 남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지도 않다. 한마디로 무료한 깡패다. 그런 그가 삶에서 조금씩 활력을 찾으며 인간다운 면모를 나타내기 시작한 건 옆 집에 세진(정유미)이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물론 처음에는 관심도 없었고, 싸가지 없는 여자가 못마땅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철은 지방에서 올라와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 그의 연민은 관심으로 그 관심은 한 여자를 지켜야 하는 책임감과 의리로 변해간다. 이러한 모습은 영양실조로 쓰러진 세진을 들쳐 업고 병원으로 가서 살려내라고 소리치는 모습과 우산을 사다 준다며 선심을 쓰다 길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에서 어느정도 드러난다. 이렇듯 작은 사건들을 통해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지켜내고 있었고, 쓰레기 같은 인사담당자를 찾아가 응징하는 모습에서 최고점에 다다른다. 이런 그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더 의리 있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었던 건 영화에서 등장한 바람난 세진의 남자친구와 취업을 시켜준다고 하룻밤을 요구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와 비교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의 비열함과 더러움을 알아가는 그녀에게 이제 동철은 큰 나무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동철은 결국 그녀의 진정한 친구가 된다
. 그리고 친구가 된 그 순간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바로 깡패들의 최고 습성인 의리가 배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그녀를 위해서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어주고 깡패도 되어준다.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을 통해 보여지는 동철의 모습은 어설픈 깡패에서 어느새 친구를 위해, 애인같은 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의리파로 변해 있었다.


  영화는 그다지 긴박하게 흘러가진 않지만 그의 인간다운 모습의 종지부를 찍는 장면은 세진의 면접시간을 벌기 위해 면접관들과 벌이는 사투다
. 그는 가진 것도, 아는 것도, 배운 것도, 체면도 없다. 하지만 그에게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의리였다. 세진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래야만 한다는 의리 하나로 무작정 무릎을 꿇고, 빌고, 애원하며 사람들을 당혹시킨다. 무식해 보이는 장면이지만 코끝이 찡한 웃음과 감동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의리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 영화에서 나는 의리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뽑아냈다
.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남녀 사이에도 의리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영화다. 자칫 어설픈 로맨스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색하고 왠지 2% 부족하다. 난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지켜줘야 하는 한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진정한 남자를 만났고, 그에게서 의리를 배웠다. 누군가를 위해 조건없이 희생할 수 있는 깡패 정신. 높이 살만 하다. 


영화 부산(父山), 내 아버지를 만나다


  제목만 보고 부산에서 벌어지는 삼류 건달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 영화는 삼류인생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그 이면에 드리워진 진리는 나를 생각에 빠지게 했다. 그 진리는 바로 아버지의 산 같은 사랑이다.

  영화 <부산, 父山>에는 아버지 둘과 그 두 명의 아버지 사이에 공존하는 아들이 등장한다. 무능력하고 몰인정한 아버지(창석). 그리고 이십여 년이 넘도록 기세 등등한 깡패 아버지(김영호). 그리고 그 두 명의 아버지 사이에 존재하는 착하고 외로운 아들(유승호). 이 영화는 키워준 아버지와, 아들의 존재를 모르지만 자신의 핏줄임을 부인할 수 없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저 그런 삼류 깡패들과 폭력적인 아버지 그리고 그를 쫓는 사채업자들이 내뱉는 재미없는 말장난들이 아니다. 또한 추락해가는 깡패 아버지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런 뻔한 스토리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많이 접해왔다. 관객들은 이제 이러한 유치한 요소 속에서 재미나 감동을 느끼지 않는다. 출생의 비장한 반전조차 이 영화에서는 상투적이다.

 

  단지, 내가 주목한 것은 한가지다. 영화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 머릿속에 떠올렸을 아버지라는 존재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왠지 모를 고독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그 중심에서 가족을 이끌어 가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아버지는 가족들과 서서히 멀어진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티낼 수도 없는 초라한 존재. 내가 느끼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렇다. 나를 낳아줬고 나를 힘들게 부양한 존재임을 알지만 왠지 따듯하게 다가갈 수 없는, 그래서 영원히 떠나는 그 날까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전할 수 없었던 그런 존재였다. 결코 우리는 모르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외로움을 그리고 그의 삶의 무게를… 하지만 이게 이 시대가 만들어 놓은 '아버지'라는 존재의 자화상이다.

 

  영화 부산(父山)을 보면서 느낀 것은 삼류인생에 대한 연민도,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깡패에 대한 동정도 아니다. 바로 가시고기 같은 삶을 사셨던 나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아버지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던 그런 감정들그리고 앞으로 내가 겪어 나가며 몸소 느껴야 할 나의 몫……영화 父山을 보고, 산처럼 거대한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다시 한 번 헤아려 본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난 깡패 영화 두 편을 보았고, 그 속에서 나만의 교훈을 발견했다. 의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소박한 의리를 발견하고 배울 수 있었으며,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내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느꼈다. 영화의 성공 여부를 떠나 영화를 보고 한가지라도 느끼고 깨닫고 생각할 수 있었다면, 그 영화는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며, 그 어떤 흥행작 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부산>이 나에게 그러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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