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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놓치고 졸지에 사기꾼 된 사연

직딩H 2010. 12. 24. 06:30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5월에 돌아온 친구가 7월에 결혼을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대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라 당연히 갈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친구는 미국에 있어서 제 결혼식도 참석을 못했고, 딸내미 돌잔치에도 물론 못 왔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또 친한 친구니까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난끼 발동한 저는 넌 오지도 않고 염치도 좋다~”라는 말로 슬슬 약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너도 안 왔으니까, 나 안가도 뭐~ 서운하지는 않겠지??” 등등 맘에 없는 소리를 주고 받았습니다. 나 그날 결혼식이 3개나 있는데, 잘 모르겠다. 일단 청첩장이나 보내봐~” 라는 말을 하고 주소를 찍어줬죠. 며칠 뒤 청첩장이 왔습니다. 그런데 전라도 광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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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전화를 걸어 너 왜 거기서해? 서울 사는 놈이?” 라고 물었더니 와이프가 그쪽이 고향이라서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난 너무 멀어서 못가겠다..”라며 슬슬 약올렸습니다. 물론 속마음은 가려고 했죠. 친구는 ! 너 오지마! 오지마! 드럽고 치사하다. 내가 죄졌냐??” 라는 등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물론 진짜 싸운 건 아니고 통상적인 대화였죠. 친구와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비행기를 타고 같은 과 누나랑 갈 계획을 세워 놓았습니다. 누나 비행기 예약은 내가 할게~~” 라며

 

  그리고 결혼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너 진짜 안올꺼야?” 라고저는 꼭 가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비행기 값이 없다…” 라는 문자를 보내면서 텍스 포함해서 15만원 이더라… 1002-XXX-HHH-985 우리은행 이라는 문자도 곁들여 보냈습니다. 근데 곧바로 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돈 보냈다하랑이 돌 때도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이거라도 해줘야지…” ~~  

 
  풉
~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이 놈이 먼~~ 곳에서 결혼을 해서 친구가 좀 궁하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알았어~ 갈께~ ! ! 갈께라는 문자를 남기고 비행기 예매를 마쳤습니다.

    


  결혼식 당일 아침 축의금으로 25만원(비행기 값+리얼 축의금)을 챙겼습니다. ‘부모님이 보시면 좋아하시겠네 ㅋㅋ라는 웃기는 생각을 했죠. 10시 20 비행기. 9시 20 공항버스를 타려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조금 늦게 35분에 도착했습니다. ‘빠듯하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저씨, 김포공항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아저씨는 “40분 정도 걸립니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시간이 딱 맞을 거라는 짧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새
10시 10. 과 누나한테 언제 오냐고 전화가 계속 옵니다. 쫌만 기다려..다와가. 마음이 초조해 집니다. 10 13분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후다닥 내려 13번 게이트로 냅다 뛰었습니다. 그런데 암만 둘러봐도 13번이 안 보입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국외선 승강장에 내린 것이었습니다. 멍청한 놈! 다시 뛰어 내려와 택시를 타고 국내선으로 향하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 지금 위치가 어디신가요?”, “저 다 왔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 때 시각이 10시 17택시에서 내리는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 더 이상 기다려 드릴 수 없습니다…” 도착하니 10시 20. 정신 없이 뛰어 올라가보니 누나는 화가 잔뜩 나서 환불을 하고 있었습니다. 망연자실땀은 뻘뻘

 

  누나가 화를 참으며 버스 있나 알아보자고 하였습니다. 인천공항으로 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광주행 버스가 막 떠난 후였습니다. .^ 나 전해 줄 축의금도 많단 말이야너 때문에 못 가니까, 니가 못 간다고 전화해..!” 라고 누나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짓 때문에 염치가 없어 차마 전화 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정말 죽을 죄를 졌다고

 

  친구가 신혼여행에서 돌아 올 때쯤 전화를 걸었더니 연락이 안되더군요. 며칠 뒤 다시 전화를 거니 받자 마자 욕을~ 퍼부어 댔습니다. ~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계좌번호 찍어죠비행기 값이랑 축의금 보낼게…” 친구는 됐으니까 먹고 떨어져라~~”라는 말을 하면서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비행기 값 보내준 사람 너밖에 없다!!”, “나보다 애들이 더 황당해 하더라…” 그러나 저는 그게 아니라 비행기 값은 다시 돌려 줄려고 그랬고~~ 어쩌구 저쩌구 변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생 죄인으로 남을 수 밖에

 

  아직도 그 친구를 못 만났습니다.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시간이 안 나내요. 결혼식 날 아무것도 해주지도 못하고 서운함만을 가득~ 선물해서 지금도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25만원의 빚과 본의 아니게 친구에게 사기친 죄가 여전히 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친구야 미안하다~ 정말로~ 행복하렴앞으로 살면서 평생 잘할게.)/ 발 동동 구르며 공항에서 저를 기다렸던 누나에게도 정말 면목이 없네요... 

  저는 그일 이후 일분 일초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정말 1분만 더 일찍 도착했어도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 텐데... 정말이지 시간은 소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