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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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영화를 볼 시간이 없다. 둘째가 태어나기 직전이라 와이프 옆에 꼭 붙어있어야 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영화를 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동안 틈틈히 모아 둔 영화들을 살피던 중 <킹콩>을 발견했다. 당시에 큰 감동을 받았던 영화, 그리고 와이프와 연애를 할 때 함께 봤던 영화. 다시 한 번 플레이를 눌렀다.
신데렐라맨의 노장복서 브래독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구걸을 하고 있는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는 대공황 시기의 30년대 미국. 코미디 극단이 문을 닫고 급여를 받지 못한 주인공 애니의 작은 절도가 이어진다. 이처럼 궁핍하고 괴로운 생활 속에서 코미디를 보고도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작은 여유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 중, 후반부부터 보여지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해골섬과 극도로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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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콩>은 스펙타클한 대자연의 신비로움뿐만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최고의 환타지 세계를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양의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거대하고 징그럽고, 신기한 곤충들은 인간이 영화를 통해 창조해 낼 수 있는 최대치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킹콩에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화려한 영상으로 보여지는 대자연의 장엄한 모습만은 분명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인간과 동물과의 보이지 않는 교감이다. 말이 통하진 않지만 눈빛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앤(나오미 왓츠)과 킹콩의 모습은 잭(칼 던햄)과 앤의 사랑보다 더욱더 아름답게 그려졌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찡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보여주는 수백만 년 전 대규모 밀림의 모습은 인간의 이기가 침범하지 않은, 그 섬에 살고 있는 생명체 들에게는 파라다이스와도 같은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이 그대로 적용되는 평온한 밀림의 균형은 인간이 나타남으로 인해 흔들리게 된다. 이로 인해 펼쳐지는 비극적인 이야기 전개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다시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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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섬을 벗어난 킹콩의 모습은 초라하고 나약해 보였으며, 티타늄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장면에서 극에 다란다. 그의 울부짖음 속에서는 혼란스러움과 비통함이 묻어난다. 앤을 지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는 킹콩에게 가해지는 인간의 매정함이 차갑게 다가왔다. 해골섬에서 처럼 노을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을 해하려는 자들을 피하기 위해 힘겹게 오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전투기와 벌이는 킹콩의 사투는 눈물겹도록 힘겹고 비참해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들이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그들의 탐욕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비극적 결말로 인한 분노.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여인이라 믿는 앤을 보호하려고 고군분투한 킹콩에 대한 눈물 섞인 감동이 공존하는 순간에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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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분이라는 장시간의 영화라 지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군더더기 없이 3시간을 꽉 채워준다. 생동감이 넘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현실 아닌 현실 속에서 가슴 벅찬 스릴과 가슴 찐한 감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증오와 분노 또한 느끼게 해준 '피터잭슨' 감독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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