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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 감동적 휴머니즘 속 백인우월주의의 씁쓸함

직딩H 2010. 9. 14. 06:30

 

  오래된 영화 <터미널>. 존재감 없는 약소국 국민이 세계 최대의 강대국인 미국(공항)에서 겪는 설움을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휘둘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약소국이 떠올라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톰 행크스의 진실 된 연기가 돋보이는 휴머니즘 영화로서의 매력은 분명 있었다.

 

 

  ​영화 <터미널>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란에서 탈출한 한 남자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크로코지아라는 동유럽 작은 국가의 평범한 시민이다. 난생처음 뉴욕을 밟는다는 설렘과 기대감에 부풀어 미국 JFK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가기도 직전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일시적으로 그의 국가 크로코지아는 유령국가가 되어 버린다. 때문에 한 순간에 국적이 없어져 버린 그는 9개월 간 JFK공항에 억류되고 만다.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미국 땅을 밟을 수도 없는 국제 미아가 신세가 된 것이다.

 

 

유령국가의 국민이 사는 법

 

  9개월 간의 공항 표류기 영화 <터미널>에서는 빅터가 약소국의 국민으로써 겪는 서러움, 답답함, 소외감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인공 빅터는 특유의 인간성으로 따듯하게 자신을 감싸안는 친구도 사귀고, 매력적인 승무원(캐서린 제타 존스)과의 로맨스도 이어나간다. 그를 쫓아내기 위해 애쓰는 공항 관리국 직원에게는 순박함을 무기(?)로 내세워 순간순간 위기를 넘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9개월간의 공항 생활은 점점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공항이란 곳은 누구나 거쳐는 가지만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공간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그는 JFK 공항을 나와 정식으로 미국땅을 밟는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공항은 국제 사회의 축소판

 

  처음 영화를 봤을 땐, 사랑스러운 휴머니즘 드라마를 창출하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의도만 엿보였다. 그런데 두 번째 영화를 봤을 땐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모든 촬영의 97% 정도가 공항 내에서 이뤄졌다. 작은 공항 내의 상황은 미국의 모습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으로 느껴졌다. 미국의 국제 공항은 다양한 인종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와 삶을 지닌 사람들이 한번씩은 반드시 모였다 흩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은 각양 각색의 민족들이 얽히고 설켜 사는 미국의 모습과 여지없이 닮았다. 또한 백인우월주위의 잔재(지금 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이기는 하지만...)와 권위주의적인 모습까지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이러한 장면은 빅터를 쫓아내기 위해 애쓰는 공항 관리국 프랭크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결국 빅터는 공항을 빠져 나왔다. 이 장면은 해피엔딩으로 보여 지지만 스필버그는 행복의 종착지가 마치 아무나 발들여 놓을 수 없는 미국 땅에서부터 시작 된다는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 처음에 감상했을 때 감동스러웠던 영화가 두 번째에는 좀 씁쓸하게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포함해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고군분투하며 힘들게 발붙이고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모습과 이러한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해나가는 정착민들의 모습을 대표하는 톰행크스의 연기. 그의 바보스럽도록 진실된 연기 속에서 진정한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매력있는 영화였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터미널 (2004)

The Terminal 
9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스탠리 투치, 샤이 맥브라이드, 디에고 루나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 128 분 | 200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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