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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면 떠오르는 내 인생 최악의 출근 패션

직딩H 2011. 6. 30. 09:32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꼭 생각나는 날이 있습니다
. 20대 시절의 잊지못할 추억?? 지금의 회사를 다니기 전 모 경제지에서 1년 정도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순간의 실수로 하루 종일 직장에서 좌불안석을 경험했던 일입니다.

 

  7월의 어느 날. 장마철이라 비가 엄청 쏟아지던 아침이었습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역으로 가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몰아치는 비바람에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이대로는 너무 찝찝해서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반바지와 샌들로 갈아 신고, 쇼핑백에 긴 바지와 운동화를 챙겼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30-40분 일찍 출근하는 저는빨리 가서 옷 갈아입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바람을 무사히 뚫고 전철에 올라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반바지의 편안함을 몸으로 느끼며, 귓가에 울려 퍼지는 신나는 음악을 가슴으로 만끽했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다 눈을 떠보니 지하철의 문이 열려있고, “서울역이라는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시청에서 내려야 하는데, 한 정거장을 더 온 겁니다. 깜짝 놀라 얼른 뛰어 내렸습니다. 내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선반 위에서 홀로 자고 있을 저의 쇼핑백이 생각났습니다. 전철은 무심하게 떠나고 반바지에 샌들을 신은 초라한 한 남자만이 서울역에 남았습니다.

 

  정말 큰 고민을 했지만 이른 아침,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지하철 역을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도 조용해 졌습니다. 비가 안 오니 제 모습이 더욱 한심해 보였습니다. 일단 회사로 출근을 했습니다. 책상에 살며시 앉았습니다. 마음 속으로 오늘 하루는 책상에 꼼짝 말고 앉아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30분 지났을 무렵. 말 많은 우리 팀장님이 XXX씨를 찾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 ㅜ.ㅠ 라는 가벼운 대답과 함께 저의 더욱 가벼운 옷차림을 드러냈습니다. “너 뭐냐?”라며 어이없어 하시는 팀장님. 주저리 주저리 저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회사에 누가 반바지를 입구와!”라시는 팀장님 덕분에 사무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저에게로일도 손에 안 잡히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됐고, 점심시간에 마주칠 수많은 사람들이 신경쓰여 자리에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치도 없는 우리 팀장님 저를 그냥 무작정 데리고 나갑니다. 아니다 다를까 여기저기서 의아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한마디씩 하는 사람들웃는 사람들저의 실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나중에는 짜증까지 났습니다. >_________<)/


 

  그렇게 길고 긴~~ 하루가 지났습니다. 마주칠 때 마다 한 마디씩 하는 팀장님, 언제 물벼락을 쏟았냐는 듯 출근시간 이후부터 멀쩡한 하늘도 원망스러웠습니다. 평소 퇴근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워서 그런지 힘이 더욱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유실물 센터도 갈 힘이 없어, 그냥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차창에 비친 모습이 더욱 초라해 보였습니다.


  지금은... "내가 그 때 정말 왜 그랬지???" 라는 생각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