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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7년 만에 처음 겪은 황당 사건

직딩H 2012. 7. 18. 06:30

 

 

 불과 몇 주 전 월요일이었습니다. 일찍 일어났는데, 좀 늑장을 부려 5분도 안 되는 거리의 통근버스 정류장까지 전력질주를 해야 했습니다. 유난히 뜨거운 6월 아침부터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찝찝함도 잠시 쿨~하게 흘러나오는 에어컨 바람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출근이 좀 빠른 편이라 06:25분에 통근 버스를 타야 합니다. 회사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리고 07:20~30분 정도면 회사에 도착합니다. 5년이 넘게 통근버스를 이용했지만, 여태껏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와 같은 곳에서 통근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 중 서너 분이 기사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한 달 동안 파견 근무를 나가셔서 중간에 다른 곳에서 차를 매일 세워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러려니 하고 늘 저의 지정 자리인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의 음악을 켜고, 평소 읽던 책을 펼쳤습니다. 더운 월요일 아침이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음악과 책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늘 그렇듯이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세상 모르고 단잠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잠깐 눈을 떴는데,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했는데도 세상 모르게 자던 민망한 경험이 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리던 친절하신 분들이 깨워주곤 했습니다. 그게 좀 창피했던 저는 비몽사몽 간이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부랴부랴) 그리고 잽싸게 짐을 챙겨 앞사람들을 따라 내렸습니다.


‘어~ 회사가 공사하네…’라는 생각을 하던 찰라, 이곳은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뒤에는 아무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잠결에 파견 근무를 나오신 다른 회사 분들을 따라 엉뚱한 곳에 내린 것입니다. 뒤를 돌아본 순간 버스는 벌써 머리를 돌려 수많은 차량 속으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망신스러움을 무릅쓰고 달려가 버스를 두들길 수도 있었지만 정말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놈의 알량한 자존심…ㅠ.ㅜ


  한 손에는 얼마 전 아이를 낳은 후배를 주려고 자식들이 쓰던 책과 장난감, 옷 등이 잔뜩 들려있었습니다. 커다란 해피랜드 쇼핑백을 들고 서 있는 저 자신이 더욱 초라해 느껴졌습니다. 저를 따라 내리게 한 네 분은 아무 일도 없는 양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만큼 앞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7시 25분. 이 시간이면 회사여야 하는데 월요일이라 운행 시간이 조금 지연 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내린 곳과 저의 목적지인 회사가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이긴 했습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지도를 찾아보니 약 2Km. 도보 시간 31분. 저는 중앙일보 본사와 서울 시청 사이에서 내렸고, 회사는 종로에 있습니다. 택시를 타려 했지만 야속하게도 빈 택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철을 탈까도 했지만 우르르 몰려나오는 시청역으로 들어가기가 싫었습니다. 빨리 걸으면 늦지는 않을 것 같아 무작정 걸었습니다.


  시청 앞 잔디 광장을 지나는데, 잔디위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참으로 시원하고 상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 운동 삼아 걷는 거야. 상쾌하고 좋잖아~’ 그런데 그 시원함도 잠시 무거운 짐과 한 여름 태양의 열기는 저를 금새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이마에 땀은 송글송글 맺히고 등줄기에도 땀이 베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통근버스 타려고 열심히 뛰고, 30여분을 부지런히 걷고… 회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온몸을 적힌 땀 때문에 찝찝함 그 자체였습니다. 회사 도착시간 07시58분. 지각은 면했습니다. 그런데 8주에 한번씩 돌아오는 신문 스크랩 담당이었던걸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팀장님께도 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선풍기를 3단으로 켜고 땀을 식혔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단정해야 하고 가뿐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할 월요일. 땀과 체력 고갈로 망가진 제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습니다.


  5년 동안 통근버스를 이용하면서 처음으로 일어났던 황당한 일.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당시에는 짜증나고 분하더니 어느새 엉뚱하고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날과 똑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직장생활에 또 어떤 예측불허의 상황이 펼쳐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는 것일까요?


  직장인 여러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인생. 오늘 하루, 나에게 벌어질지도 모르는 행복한 상상만을 하며 지내보는 건 어떨까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쁜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요. ^^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이 글은 특허청 블로그 ‘아이디어로 여는 세상에서 원고를 부탁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원문 보기 Go!Go! : hthttp://blog.daum.net/kipoworld/3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