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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클럽과 늦잠 그리고 개망신

직딩H 2012. 4. 9. 07:00

 

  직장생활 7년 차 입니다. 출근 시간이 8시까지 이지만 입사 때부터 줄곧 7 20분 정도에 출근했다. 지금까지 지각은 2번 정도 한 것 같다. 지각 할 때도 늘 미리 팀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별로 문제 될 것도 없었고, 싫은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민망한 일이 생겼다. 와이프가 친정에 내려간 날...... 놀고 싶었다. 목요일 저녁, 동료와 고기를 먹으며 한잔하고, 2차로 홍대에 있는 '밤과 음악사이'라는 클럽에 갔다. 80~90년대의 추억의 가요들이 쉴새 없이 울려 퍼져 가슴이 벅차지는 곳이다. 하지만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 자주 가기는 어려운 곳. 오랜만에 가니 기분이 참 좋았다. 술을 마시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어,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클럽에서 사진을 올리자마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친구들의 댓글 속에 친절한 내 직속 사수 차장님의 댓글도 보였다. 

 

“집사람 없다고 즐기는 구만…. 마눌님 없다고 늦게 자지 말고…."

 

  그냥 술집도 아니고 클럽이라 조금 민망했지만, 그래도 별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아무도 없는 집에 도착했다. 보통 3-4시까지 술을 마셔도 출근에는 항상 지장이 없었던 터라 아무 걱정 없이 잠을 청했다.

 

졸려메롱

 

  아침에 알람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리는 것 같아서 일어났다. 보통 휴대폰을 곁에 두고 자는데, 알람 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렸다. 술김에 옷 방에 전화기를 두고 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달려나가 휴대폰을 보니 알람이 아니라 같은 팀 후배의 전화였다.

 

머하삼

“선배, 왜 안 오세요?”

 

  그 때의 시각은 08 03. 보통 7 20분까지 출근 해야 되는데, 그 시간을 훌쩍 넘어 일어났다. 간혹 늦잠이라도 자게 되면 와이프가오빠~ 회사 안 가?” 라고 하며 깨워주곤 했는데, 참으로 와이프가 그리운 순간이었다.

 

  카카오톡을 보니 오늘 연차냐는 팀원의 문자......그리고 회사 번호가 찍힌 부재 중 전화 3. 팀장님, 차장님께 부랴부랴 전화를 드려 늦잠 자서 늦는다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쿨하신 팀장님께서는 어디 아픈건 아니지?”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주셨다.

 

그런데 차장님의 카톡,

신나2

"어제 클럽에서 신나게 놀았구만 ㅋㅋㅋ"

 

  워낙 성격이 좋은 분이라 농담조로 말씀하셨지만,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차장님과는 같은 팀이 된지 얼마 안됐는데, 완전 이미지 실추! 전날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 술 마십니다!!" 라고 떠벌리고 다음 날 지각하는 꼴이라니...... 너무 민망하고, 죄송하고 또 창피했다. 부랴부랴 준비하고 회사에 가서 카드 키 찍을 때의 시간이 09 03.  

 

  아침마다 보고해야 되는 업무는 차장님께서 대신 해주셨고, 사무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한 분위기였다. 가방과 옷가지를 사물함에 넣어놓고 맨 몸으로 사뿐사뿐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어제 같이 술 마신 동료의 메신저가 날아왔다.

 

“너 푹 자고 와서 그런지, 하나도 안 피곤해 보인다. 부럽다.

 

신나2

 

더불어 제 상황을 전해들은 선배의 메시지

즐거웠냐? 다음에 나도 좀 데려가라~”…

 

  하루 종일 민망하고, 눈치가 보여 조용히 있었다. 팀장님, 차장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온 종일 불편한 마음이었다. 다시는 이런 무모한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SNS의 사용에는 항상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  그래도 다행히, 지금은 팀장님이 되신, 당시의 차장님과는 아주 친밀하고 가깝게 잘 지내고 있다. 직장인 모두, 너무 무리해서 다음 날 지각하지 말고 적당한 음주가무를 즐기길

 

팀장님을 비롯 차장님, 선후배님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다시 한 번 사과 드립니다.

 

 

직딩한이

 

OTL

 

  예기치 못한 상황에 무척 당황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처음이라 무사히 지나갔다. 상습범이었으면 저 놈 또 술먹고 늦게 왔네라는 핀잔을 여기 저기서 들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교훈이 있다. 평소의 이미지 관리가 이럴 때 도움이 된다는 거다. 그러니 직장에서는 웬만하면 성실하게 생활하면서 좋은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자!! 오늘 하루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