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컴플라이언스. 보는 내내 어이가 없고, 울화통이 치밀어 끝까지 볼까 말까 고민을 했던 영화. 정말 찝찝하고 속 터지는 영화였다. 게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실화라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영화 컴플라이언스는 2004년 미국 켄터키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일어났던 실화라고 한다.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컴플라이언스의 내용은 제목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복종’이다. 복종하는 사람들은 햄버거 가게 종업원들이고, 이들을 복종시키는 사람은 장난전화를 건 놈이다. 이 전화는 단순한 장난 전화가 아닌 강력한 범죄로써 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하고, 성폭력을 조장하며, 사람들을 농락하는 최악의 사건이었다. 이 사건, 그리고 이 영화에 정말 화가 나는 건 장난 전화는 3시간이나 지속되었지만 피의자와 통화를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줄거리 햄버거 가게의 매니저인 샌드라는 한 경찰로부터 가게 종업원인 베키가 손님의 돈을 훔쳤고, 피해자가 신고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샌드라는 바쁘다는 경찰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베키를 식당 창고에 가둬 놓고 경찰이 올 때까지 여종업원을 심문 조사하기 시작한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 가방검사, 옷가지 검사가 진행된다. 그리고 좀 더 강도를 높여 속옷을 검사하고, 알몸을 검사한다. 바쁜 금요일 저녁을 이용했기 때문에 이러한 조사는 한 명이 아닌 5명에 걸쳐 시행된다. 그런데 1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수화기 너머로 지시하는 범인의 명령을 따른다.
권력의 마약에 취해버린 사람들
누가 봐도 이 사건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정서로는 더더욱 상상도 할 수 없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경찰의 공권력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때문에 이런 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무지함과 나약함도 이 사건을 키우는데 한 몫 했다.
이들은 도대체 왜?!!
최초 전화를 받은 1. 샌드라는 자신의 지점에 해가 될까 봐 범인(다니엘)의 지시를 따른다. 처음에는 단순 절도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게에 해가 없이 조용히 해결될 거라는 믿음에서 장난 전화를 건 놈의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고 그에게 바짝 엎드려 복종한다. 오히려 범인의 칭찬에 기분 좋은 표정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샌드라는 본사라는 권력을 의식했고, 공권력이라는 권력에 무너졌다. 그 다음 매니저의 차선임자인 2. 마티는 그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상관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따르며 알몸 수색에 참관하게 된다. 약간의 의심은 있었지만, 권력에 저항할 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3. 케빈이 감시자로 선택된다. 케빈은 베키의 친구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베키를 감시하기로 한다. 하지만 케빈은 앞치마를 벗기고 알몸을 수색하라는 부당한 범인의 지시에 응하지 않는다. 케빈은 옳은 판단을 했던 것이지만, 샌드라와 범인의 대화에서 문제아로 거론된다. 다수 권력에 의해 소수의 현명함이 빛을 잃는 허탈한 순간이었다.
권력 남용의 최고봉 밴
가장 미친 짓을 한 4. 밴은 샌드라의 약혼자다. 범인과 통화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드러난다. 어찌 보면 베키의 잘잘못과는 별개로 본능적인 유혹을 참지 못하고 범죄를 자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차를 타고 떠나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죄를 저질렀다”라고 말한 것은 그가 상황을 악용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젊은 여자가 나체로 앞에 서 있고, 나는 지금의 상황에서 아무 짓이나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순간의 절대자이고, 이 순간의 권력은 경찰을 사칭한 범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고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원래 책임을 회피하는 순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는 법. 그래서 밴은 여직원의 앞치마를 벗기고, 가슴을 살피고, 팔 벌려 뛰기를 시키고, 엉덩이를 때리며 몸 곳곳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범인의 말을 잘 들었다는 이유로 선물?을 받기도 한다. 밴은 권력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권력의 위임을 악용한 것이다. 이것이 그가 실제 사건에서 5년 실형을 받게 된 이유다.
권력 남용의 희생양 베키
마지막으로 주인공 베키. 선의의 피해자이자 가장 불쌍한 인물. 남자들에게 문어 다리를 걸칠 만큼 자신만만했던 베키는 근거 없는 전화 한 통에 죄인이 되어 지옥으로 떨어진다. 그녀가 이런 부당한 지시에 모두 응할 수밖에 없는 가장 나약한 존재가 된 것은 정식적인 사회 구성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오빠 이야기를 들먹일 땐 겁이 났을 것이며, 자신의 상관인 샌드라는 어른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믿었을 것이다. 또한 범인에 놀아나며 샌드라, 마티, 벤은 근거 없는 사실을 점점 현실로 착각하며 베키를 대했다. 이 때문에 제정신이었던 베키 또한 마약에라도 취한 듯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들을 보며 판단력을 잃었을지 모른다. 울어도, 빌어도, 설득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여종업원은 인터뷰에서 일당을 받을 수 없을까 봐 시키는 대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권력 앞에서 약자는 더욱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사건은 3시간 만에 제정신을 지닌 5. 헤롤드가 경찰에 신고하며 막을 내린다. 출동한 경찰의 말이 참 인상적이다.
"치킨에 뭘 넣었길래. 다들 정신이 나간 걸까요?"
영화를 보면 누구나 "말도 안 돼!"라며 어이없어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이고, 미국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1994년부터 10여 년 동안 70여 건(30여개 주)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 더 어이가 없는 사실은 범인이 잡혔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약자의 앞에서는 법의 존재가 무색하다.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은 공권력에 대한 문화의 차이로 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못 배우고 무식하다고 해도 이런 비상식적인 사건을 한국인의 마인드로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 우리나라에서도 보이스 피싱에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본다.
※ 참고(실제 사건에 대한 뉴스 영상 보기)
클릭 ▶ http://blog.naver.com/tmdhksl9306/100177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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