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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자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추악한 세상에 대한 폭로

직딩H 2012. 8. 31. 06:00

 

  어느 순간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꾸준히 접해오던 장기매매라는 주제를 다룬 영화 <공모자들>을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영화 아저씨, 父山 등을 적당히 상상했다. 하지만 영화 <공모자들>은 실제 사건인 2012년 수원의 오원춘 인육 사건이 떠오를 만큼 상상이상으로 자극적이었고, 기대이상으로 끔찍했다. 추악한 세상에 대한 폭로였으며, 비극적인 현실에 대한 경고를 듬뿍 담은 영화였다. <공모자들>이 영화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영화를 본 후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비극적 순간

 

  '중국 여행 중 납치되어 깨어나 보니 얼음이 가득 담긴 욕조에 담겨있고, 옆에는 얼마의 돈과 핸드폰이 놓여 있었다'라는 괴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괴담 속 나라도 중국 영화의 배경도 역시 중국이다. 그래서 <공모자들>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현실성을 더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괴담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래서 가십 거리로 여기던 괴담에 대한 상상이 잔인한 현실이 되어 버린다.

 

 

  2009년 신혼부부가 중국 여행 중 택시에서 아내가 납치를 당했다. 두 달 후에 납치됐던 아내는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하수구에서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사건.

 

  영화 <공모자들>은 현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에 더욱 끔찍하고, 잔인하고 현실적이다. 영화에서는 거대한 장기밀매 조직이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있으며,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한국의 경계선인 공해상이다. 법조차 무기력해지는 현실은 나약한 인간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현실. 어디에서 누군가 나를 계획적으로 노리고 있을지 모르는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세상 살기 싫게 만드는 현실의 거울

 

 

  <공모자들>을 보고 난 후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추악한 돈을 위해 3년을 같이 살던 아내를 팔아버리는 건 기본, 죄책감 없는 살인은 습관이며, 조직간 쉴새 없는 배신은 덤이다. 물론 지독하게 끔직한 이 부분은 픽션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화를 보며, "그래, 픽션이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현실에 개탄할 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끔찍하고 무자비하게 변해가고 있다. 한 때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신매매. 그리고 쉴새 없이 벌어지는 잔인한 살인 사건들어쩌면 우리사회는 이제 점점 무감각해 질지도 모른다.

 

  이런 비윤리적이고 더러운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 "누구 하나 없어진다고 사람들이 눈 하나 깜빡 할 것 같아? 사람하나 죽이면 30명이 먹고 살 수 있어!!"라고 발악하는 상호(최다니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처럼 인간의 목숨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누구나가 원하는 명예는 필요 없다. 단지 돈만 있으면 된다.

 

 

희망조차 부정하는 냉정한 결말

 

  영화 <공모자들>은 철저하게 비극적으로 끝났다. 해피엔딩의 잔잔한 여운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조그만 희망이라도 보여주길 바랐다. 하지만 영화는 냉정하게도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더욱 진하고도 찝찝한 여운을 남겼다. 지금도 어디선가 자행되고 있을 잔인한 현실. 나약하기 그지없는 우리는 이 비극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길 바라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면 되는 걸까? 참으로 혼란스럽고 답답한 세상이다.

 

 


공모자들 (2012)

7.2
감독
김홍선
출연
임창정, 최다니엘, 오달수, 조윤희, 정지윤
정보
범죄, 스릴러 | 한국 | 111 분 | 201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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