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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갈기갈기 찢긴 감성을 도끼로 되찾다!

직딩H 2013. 3. 14. 06:00

 

  어려서부터 책을 참 안 읽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책을 읽어야 해라는 강박관념 같은게 생겼다. 그래도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 독서는 머리를 굴리면서 봐야 하지만 머리를 식히기에도 참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년에 최소 12권 읽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나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매년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자는 목표만을 정한다.

 

  출퇴근 혹은 출장 길에 스마트폰의 유혹에서 벗어나긴 힘들지만 일단 책을 펼치고 나면 나름 집중을 하게 된다. 어떤 책이냐가 중요하겠지만, 일단 난 책을 한 번 펼치면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는다. 재미없건 어렵건 꼭 끝을 본다.

 

  이번에 포스팅하는 <책은 도끼다>를 읽을 때도 매 장마다 알지도 못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탓에 열등 의식이 들기도 했지만 끝까지 잘 마무리하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오늘의 책은 바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다. 이 책 속에서 박웅현은 수많은 책들을 아주 감칠맛 나게 소개한다. 저자의 의도는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사서 보세요라는 심보다. 처음에는 책 장사인가 라는 생각이 느껴졌지만 책을 점점 읽어 내려가면서 책 속의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감동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진심이 느껴졌다. 국내 작가의 소설, 수필, 시집, 팝송가사에서부터 서양의 고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의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는다. 그리고 그 깊은 뜻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우리에게 책은 감동을 찍어내는 도끼다라는 것을 주입시킨다. 참 인상적이다.

 

촌철살인의 감동순간의 꽃

  

  <책은 도끼다>에서 고은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집이 인상 깊다. 고은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가 되는 신묘한 경지의 시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책에서 소개되는 제목 없는 짧은 시들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섬세한 깨달음을 준다.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사소하지만 그 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가르침이다. 몇 가지 시를 찬찬히 읽어보면 금방 고은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처럼 그의 시집을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몇 가지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나의 짧은 소견을 달았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던 순간. 푸르고 넓은 하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하늘은 나에게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너무 발아래 땅만 보고 살았던 것 같다. 지친 삶에서 여유를 갖기 위해 그대로 멈춰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지독하게 앞만 보고 돌진할 때는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리기 쉽다. 하지만 무거운 부담감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할 때 비로소 작은 즐거움이 보인다는 말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이 깨달아야 할 진리가 저 짧은 시속에 담겨 있다.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우리는 낯선 곳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도전에 멈칫한다. 계획된 틀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들어 맞을 때 안도한다. 이렇게 살다 보면 인생이 참 피곤해 진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어차피 한 평생 기를 쓰고 살아봐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물 흐르듯 살면서 그 순간,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을...

 

참을 수 없는 얄팍한 우리네 인생의 가벼움

 

   박웅현이 차근차근 설명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아 내가 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아닌키치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한다. 키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4명의 주요인물(토마스, 테레사, 프란츠,  사비나)들에 대한 묘사나 설명도 키치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독일어에서 나온 키치Kitsch, 영어로 Shallow이다. 얕은, 얄팍한, 피상적인 이라는 뜻이다. 박웅현이 제시한 키치에 대한 명확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똥이 부정되고, 각자가 마치 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처신하는 세계를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이 키치라고 불린다.

 

    결국 키치는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는 세상을 말한다. 공산주의도 키치에 속한다. 소련 체제 내에서 핍박 받고 있을 때 나온 영화들은 모두 꿈 같은 그림인데, 그것은을 인정하지 않는 키치와 일맥상통 한다는 것이다.

 

   얄팍하고 피상적인 삶, 현재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본질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삶. 키치는 알면서도 부정하고 사는 우리의 역설적인 인생을 대변해 주는 교훈과도 같은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내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꼭 읽고 싶은 이유다.

 

  이 밖에도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서는 거짓말을 거부하는 사람 뫼르소가 있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는 자연과 탯줄을 끊지 않은 조르바가 있다. 이들은 카르페디엠과 seize the moment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위대한 사랑에 대한 명작인 톨스토이의 <안나까레니나>도 소개된다. 책 속의 책. 어찌 보면 참 신기한 구성이고, 또 신기하게도 재밌다.
 

  이 책, <책은 도끼다>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어렵고, 리뷰를 쓰는 것도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책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 그 책들을 다 읽지도 않고 책을 논하는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독자마다 이 책에서 느끼는 감정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매 장마다 울림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고, 책 속에 등장하는 책의 피상적인 면만을 통해 시시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직딩한이 -​

 

  <책은 도끼다>에 등장하는 수 많은 책들 중 정말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찢기고 무뎌진 감성이 조금은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커다란 과제를 하나 받은 느낌이기도 하다. 책은 도끼다에 나오는 책들을 모조리 봐야만 이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은 기분이랄까?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지적 재산이 되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그저 스쳐가는 일회용 신문 같은 정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다독을 하는 사람은 유식하다라는 편견 속에서 살고 있다. 물론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다독만이 능사가 아니란 걸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다. 양보다는 질. 질보다는 마음가짐. 마음가짐보다는 실천이라는 것을 염두하고 책을 읽어 보자.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슴 속 깊이 남을 단 한 줄 이라도 건기기 위함이니까.

 

 


책은 도끼다

저자
박웅현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11-10-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 광고인 박웅현 자신만의 독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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