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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인연, 15년 전 가슴 터질듯한 설렘을 느끼다

직딩H 2011. 9. 19. 07:00

 

  십 수년 전, 학창시절에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을 읽었다.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 인간관계라면 그저 친구들이 최고라고 머릿속에 떠올리던 시절, 그래서 그다지 인간관계가 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도 제대로 몰랐던 그런 시절에말이다.

 

어느 날 우연히 낡은 다이어리에 내가 써놓았던 글귀들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피천득 인연의 구절들을 옮겨놓은 것이었다. 10년도 훌쩍 지난 시절에 내가 써놓았던 글 귀들 중 내 시선을사로 잡은 글귀가 있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당시에 이 구절을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수필 내용이 가물가물했다. 한 번 읽었지만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는 왠지 모를 설렘에 이끌려 바로 책을 샀다. 그리고 저 구절이 어디쯤 나올까라는 기대를 하며 차근차근 책을 읽어 나갔다. 마침내 내 마음의 오아시스를 만났다.

 

  대학교 때도 막연히 좋아했던 구절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이제는 똑 같은 구절을 가지고도 당시와는 다른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길지는 않지만 그동안 겪어온 인생 경험으로 쌓인 연륜이랄까?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인연, 내 눈을 사로잡은 인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인연, 붙잡고 싶었던 인연, 악연 같은 인연….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인연이라는 어감에는설렘이라는 느낌이 가장 강한 것 같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인연은 여전히 나를 막연히 설레게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 어떠한 인연들이 나타날지 여전히인연’은 나를 설레게 한다.

 

  위의 한 구절 때문에 책을 다시 읽게 됐지만, 책에는 여러 가지 기분 좋은 글귀들이 많았다. 수필에 나오는 마음에 드는 글귀들을 따로 골라 내가 나름대로 제목을 붙여봤다.

 

<장수>라는 글에는 이러한 내용의 글이 나온다 

나는 이 글귀에 <회상과 추억>이라는 제목을 붙여 주었다.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삶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둔 보물의 세목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 먼 훗날 빛나는 나의 과거를 흐뭇하게 회상하며 추억할 수 있도록 멋진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스 램>이라는 글에 나오는 글귀에 나는 <매력>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는 위대한 인물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나와의 유사성이 너무나 없기 때문인가 보다. 나는 그저 평범하되 정서가 섬세한 사람을 좋아한다. 동정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곧잘 수줍어하고 겁 많은 사람, 순진한 사람, 아련한 애수와 미소 같은 유머를 지닌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 잘난 사람이 되고 싶어 너무 안달하지 말아야겠다. 어느 누구에게나 편안한 사람, 누구나 다가오기 편안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여심>에 나오는 글에는 <후회>라는 제목이 어울렸다.

 

"어떠한 운명이 오든지 내 가장 슬플 때 나는 느끼나니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은 것은 사랑을 아니한 것보다는 낫습니다

 

▶ 정답이다. 시도하지도 않고 후회하는 삶. 무의미할 뿐이다. 사랑에든 일에든 도전하자. 그리고 인생을 배우자. 결코 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말자.

 

 

<반사적 광영> <자기만족>으로바꿔보았다.

 

“달이 태양의 빛을 받아 비치듯, 이탈리아의 피렌체가 아테네의 문화를 받아 빛났듯이, 남의 광영을 힘입어 영광을 맛보는 것을 반사적 광영이라고 한다. 사람은 저 잘난 맛에 산다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다. 이 반사적 광영이 없다면 사는 기쁨은 절반이나 감소될 것이다

 

▶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자기만족?일 것이다. 내 주변에 잘난 사람. 분명 나는 그로 인해 빛나고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 <우정>이라는 제목은 그대로 <우정>으로...

 

“오랫동안 못 만나게 되면 우정은 소원해진다. 희미한 추억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나무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르는 것이 더욱 어렵고 보람 있다. 친구는 그때 그때의 친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친구는 일생을 두고 사귀는 친구다. 우정의 비극은 이별이 아니다. 죽음도 아니다. 우정의 비극은 불신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데서 비극은 온다. 믿지도 않고 속지도 않는 사람보다는 믿다가 속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 너무 감동적인 글이다. 나는 앞으로 친구를 믿지도 않고 속지도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무조건 믿어주고 속아주는 우정을 택해야겠다.

 

 

  피천득의 인연에는 소소한 삶 속에서 느끼는 순수한 행복과 감동이 가득하다. 인연을 읽다 보면 문득 문득 많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조금 앞서게 만드는 책 인연. 지친 일상을 소소한 감동과 재미로 채워주는 그런 책이다. ! 그럼 한 번 읽어볼까?

 

 


인연

저자
피천득 지음
출판사
샘터(샘터사) | 2007-12-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온 우주가 아는데 당신만 모르는 것 … 인연因緣한국 수필 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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