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지기 직전에 휴가를 다녀왔다. 나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여름휴가를 연말에 가다니 참으로 서글픈 직딩의 현실이다. 한국에 있으면 왠지 답답하고 제대로 못 쉴 거 같아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외할머니가 일본 사람이라 일본인 친척들은 숱하게 한국에 오갔지만 나는 이번이 '일본 첫 경험'이었다.
그런데 출발 전 설렐 틈도 없이 출발부터 난항을 겪었다. 같이 간 동생이 인천공항에서 지갑을 분실하고, 나는 해외 사용 불가 카드만 가져와서 그 흔한 비자, 마스터 카드 한 장도 없이 현금 몇 푼을 들고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씁쓸...
그래도 우리는 기분 좋은 여행을 망칠 수 없어 마음을 가다듬고, 애써 웃음 지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나름 2박 3일의 여행 계획을 여행사에 다니는 동생이 알뜰하게 세운 탓에 든든하기도 했다. 오전 9시 10분 출발. 오전 11시 일본 오사카 도착. 정말 가깝고도 먼(정서적으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겨를도 없이 문제가 또 발생했다. 간사이 공항 2층 라피트 창구에서 여행사 다니는 친구가 준 KANSAI THRU PASS를 제시하고, 추가금액 510엔을 지불 후 열차에 탑승 예정이었으니, 개찰구에서는 "삑!삐~익!" 소리만을 외칠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 KANSAI THRU PASS : 일본은 전철, 버스 요금이 매우 비싸서 프리패스 카드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훨씬 경제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몇 개 노선을 제외하곤 지하철과 시내, 시외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한국도 아니고 해외까지 와서 삑삑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더 민망했다. 알고보니... "이런!" 친구가 생색내며 준 카드. 유효기간이 지나있었다. 멘붕에 빠진 상태에서 다시 전철 표를 끊었는데, 둘이 2,860엔. 카드도 없고 환전해간 돈으로만 써야 되는데, 교통비로만 돈을 다쓸 판?? ㅡ.ㅡ^
<아기자기하고 예쁜 난카이 전철>
여기 저기 알아본 후, 난바 역에서 다시 KANSAI THRU PASS 3일권을 각 5,200엔에 구매하고,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기로 했다. 그리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다 보니 분실했던 동생의 지갑은 내 가방 구석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카드를 다 정지시켜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래도 비싼 지갑을 찾았다며 신난 동생을 보니 측은했다.
설렘을 가득 안고
드디어 본격적인 여행 시작!!
계획대로 첫 날에는 고배를 갔다. 전철을 타고, 열심히 두 발로 걸으며, 주린 배를 움켜쥐며 예산을 아꼈다. 니혼바시역에서 산노미아행 전철을 타고, 한큐 산노미야 역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무사히 도착한 첫 여행지는 키타노. 가파른 언덕에 옹기종기 모인 서양식 건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서양 건물이 아기자기한 일본에 있으니, 웅장하거나 장엄한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일본에서 살짝 맛보는 서양 문화 정도랄까?
그래도 이진칸을 개조해서 만든 스타벅스는 눈에 띈다. 그리고 키타노에서는 웨딩촬영도 많이 한단다. 첫 여행지인 만큼 정성스럽게 천천히 둘러보고, 배가 너무 고파서 와플로 일단 허기를 잠재우고 다음 여행지로 Go! Go!
두 번째 도착한 곳은 메리켄 파크다. 야경이 참 멋진 곳! 반드시 사진 몇 장은 남겨두어야 될만한 포토 존. 메리켄 파크에서 야경을 신나게 즐기고, 대형 쇼핑센터인 모자이크를 구경하고 다시 숙소를 향해 Go!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세 번째 코스인 도톤보리에 들렀다. 오사카 시내의 도톤보리는 한국의 명동이나 강남만큼 화려하고 북적이는 곳이다.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만 구경해도 재미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활기가 가득한 곳.
<오사카 시내, 도톤보리의 상징 그리코 러너>
일본답게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간판들도 많다. 금강산도 식후경. 구경하는 것도 잠시, 배가 고파서 튀김집(원조 코시카츠 다루마)에 들러 저녁으로 알뜰하게 튀김과 맥주 한 잔을 흡입했다. 이 곳이 유명한 곳인지 몰랐는데, 줄이 길어서 맛있나 보다 하고 들어갔더니 역시~ 예상적중. 맛나는 튀김들이 가득했다.
종업원이 우리를 보자마자 "꼬리안?"이러더니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줬다.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좁은 튀김집에서도 흡연이 가능하다. 금연! 금연! 하면서 담뱃값만 올려서 세금 각출하는 우리나라랑은 다르다. 일본은 그래도 흡연!흡연! 하면서 세금을 걷는데? 여하튼 흡연문화가 자유로운 건 참 좋았다.
숙소로 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호텔 온천으로 갔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어떤 아줌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와서 청소를 했다. "앗! 깜딱이야!!" 온천 후 눕자마자 코를 심하게 골며, 잠꼬대도 심하게 하며 꿈속을 헤맸나 보다. 다음 날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며 동생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ㅡ.ㅡ^
그래도 아주 즐거운 오사카 첫 날, 여행이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여행은 휴식이고 여유이고, 치유의 시간이다.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즐기는 치열한 삶 속의 여유야말로 만신창이 된 몸을 다시 이끌고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직딩들!! 열심히 여행하면서 안구정화도 하고, 즐기면서 힐링하고 치유합시다. 특히, 마음의 상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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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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