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을 하루하루 느끼며 살기에 이 책은 더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사실 제목만 보고 구입한 책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대로 실행해볼 생각도 있었고, 소멸해가는 기억력을 향상 시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조금 들뜨기도 했다.

 

  이 책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는 일반 기자에서 1년 만에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 참가해 우승한 남자 이야기다. 취재차 갔던 대회 장소에서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는 한 참가자의 말을 듣고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해, 챔피언이 되는 1년여 과정을 담고 있다.

 

  일단 책의 내용은 크게 재미있지는 않다. 2500년 전 사람들의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부터 인간의 뇌에 대한 이야기, 기억술사들에 대한 이야기, 고대 기억술에 관한 책들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중간중간 어떻게 하면기억력을 향상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화두도 던지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기억의 궁전이다.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여러 개의 공간들을 만들어서 자신이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이미지로 형상화시켜 기억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때 만드는 이미지가 세상에서 가장 특이하고, 외설스러울수록 기억하기 쉽다고 말한다. 이러한 방식(기억의 궁전에 물건 배치)으로 책에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15개의 특이한 파티 물품들을 단 시간 내에 기억할 수 있었다. 실험적인 측면에서 친구에게 무작위 단어 20개를 부르게 하고, 책에서 제시한 방식으로 기억을 했더니 금세 기억되기도 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였다. 큰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숫자를 기억하는 방법도 있다. 각 숫자마다 자음을 부여해 숫자 조합으로 단어를 만들고 이미지화해서 기억하는 방법이다. 1(,), 2(), 3(,), 4(,), 5(), 6(,), 7(), 8(), 9(), 0()으로 표기한다. 그리고 54로 바꾸고, 72’, 41학교등으로 전환해 기억하는 것이다. 몇 번 해보니 재미있기는 했다. 그런데 내가 외워야 할 필요가 있는 숫자는 신용카드 번호 정도가 다였다. 굳이 이러한 방법으로 수십 개의 의미 없는 숫자를 외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용하기에 따라 숫자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작위의 단어를 기억하고, 수십 장의 트럼프 숫자와 모양을 기억하고, 원주율 소수점 수만 자리까지 기억하는 것은 (기네스북 등재를 노리지 않는다면) 사실 인생에서 큰 의미가 없다. 책에는 누구나 연습을 하면 이 같은 것들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큰 감흥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가하게 숫자를 붙잡고, 카드를 붙잡고 기억력을 키울 만큼 여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재미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큰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큰 실망만 가져다줄 것이다. 그런데 책이 주는 힌트는 있다. '정말 필요한 곳에 이러한 노력을 투자해 보면 어떨까'라는 호기심 어린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컴포트 존목적의식 있는 연습’, '의식적인 연습'이라는 말이 나온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시작해 편안하게 실력 향상이 다다르는 지점이 바로컴포트 존이다. 그리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즉 달인(전문가)이 되기 위해서는컴포트 존을 벗어나기 위한목적의식 있는 연습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드를 기억하고, 숫자를 기억하는데 낭비할 시간을 바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사용한다면 기억력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한 가지에 올인하며 집중하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한 기억력은 저절로 대폭 상승할 것이다.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뇌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너무 늦어서 모든 의욕이 사라지기 전에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해 필살기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빨리 깨닫고, 찾고, 실천하고, 이룩할 때다. It's time to start ov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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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직딩H 직딩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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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저녁노을* 2017.02.05 1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휴일되세요^^

  2. 죠슈아 2017.06.10 1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목보고 구매하게 되었는데ㅎ 시인 시모니데스가 발명한 기억의 궁전 말고는 제 삶의 큰 영향을 주는 글들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