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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언어 탐구생활,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책

직딩H 2017. 1. 2. 07:58



  직장생활과 관련된 자기계발서는 서점에 널렸다. 그래서 불변의 진리(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상사병, 월요병 등)와 같은 내용들은 간혹 이 책 저 책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대한 저마다의 체감 온도가 천차만별인 만큼 천편일률적인 내용만을 담을 수는 없다. 


  이 책 ‘직장 언어 탐구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보아왔던 직장인 자기계발 서적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랄까. 특히 여자로서 느꼈을 법한 사회생활에 대한 감수성은 쏙 뺀 ‘순수 실무적 접근’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인 관련 책을 읽을 때면 늘 느껴왔던 동병상련 직장인들에 대한 위로와 동정의 감정이 나에게도 작동하지 않았다.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일반 기업의 직장인이다. 글쟁이의 표본인 기자들이 쓰는 자기계발서는 꾸준히 눈에 띈다. 기자라는 직업은 한 분야만 파야 하는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날카롭게 분석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보는 눈이 남다르다. 그래서 일상생활이나 주어진 상황을 누구보다 통찰력 있게 그려낸다. 


  유인경 기자가 쓴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https://brunch.co.kr/@workerhanee/35)라는 책은 여성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배어난다. 엄마의 말투로 여성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주옥같은 충고의 글이다. 엄마의 목소리를 가장해 하고 싶은 말을 리듬 있게 담아 또박또박 내뱉는다.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밀리지 않는 직장생활을 위한 진심 어린 지침들로 가득하다. 


  또 한 명의 기자 출신 직장인 양성욱 씨가 쓴 ‘파란만장 선배의 신입사원 상담소’(https://brunch.co.kr/@workerhanee/97)는 신입사원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손함과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전직 기자가 맞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조언을 할 때는 직설적인 화법이 등장한다. 역시 기자만의 예리한 통찰이 엿보인다. 강약을 조절하며 신입사원들이 겪을 법한 상황들을 경력과 연륜만큼 사려 깊게 후배들에게 전달한다.    


  그다음 만난 책이 전직 기자, 김남인 작가의 ‘직장 언어 탐구생활’이다. 유인경, 양성욱 작가와는 또 다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일단 책의 타깃부터가 남다르다. 신입사원부터 임원급까지 전 세대의 직장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 더욱 당찬 느낌이 든다.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언, 성공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조건 등 미래 지향적인 조언과 충고들이 현실적이다. 전직 메이저 언론사 출신으로 특유의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는 직장생활에서 중요한 언어 3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바로 ‘센스의 언어’, ‘듣기의 언어’, ‘표현의 언어’다.  


  ‘센스의 언어’는 남들보다 조금 다른 센스로 성공 가능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센스라는 것은 뛰어난 언변만이 아니라 뛰어난 손 끝에서도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직장(회의)에서는 준비한 만큼 빛난다는 당연한 센스도 짚고 넘어간다. 핵심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라는 것이다. 비판 제대로 하는 것, 눈치 빠른 것, 속이지 않는 것, 가볍게 행동하는 않는 것 등이 그것이다. 직장인들에게 센스는 남녀노소, 사원, 팀장, 임원 할 것 없이 필수다. 금요일에 회식을 할 경우 직장인 절반 가량은 ‘센스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센스의 시작이다.


  ‘듣기의 언어’는 상사들에게 던지는 화끈한 발언이다. 한 마디로 제발 좀 혼자 떠들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말 많은 것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방법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무조건 부인할 수만은 없지만, 듣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한번쯤은 ‘듣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직장인이 잘 듣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집중해서 들어주기, 부하직원의 의견 존중해주기, 남녀 혹은 세대차 언어 서로 이해하기, 듣고 기억해주기 등이 있다. 진정한 소통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고, 직장인들이 당장 갖춰야 할 최소한의 태도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표현의 언어’다. 의리파 김보성과 이금희 아나운서가 똑같은 시를 낭송했을 때 받아들이는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표현의 차이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주제도 발표자에 따라 전달률이 달라진다. 직장생활을 십여 년 넘게 하면서 드라마에서처럼 해외바이어 설득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같은 ‘표현의 극치’를 경험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읽는 PT와 말하는 PT가 다르고, 내용만큼 표현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누구나 잡스를 꿈꾸지만 모두가 잡스가 될 수는 없다. 자신만의 표현 방법을 찾아 익숙해지는 것이 정답이다. 중요한 것은 ‘잘나 보임’을 위한 부산물들을 쏙 빼고 상대만을 위한 담백한 ‘미슐랭 스타표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쉽게 쓰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지러운 세상에 단순 명료가 정답이고, 연습이 힌트다. 연습은 내용을 완벽하게 흡수하게 만들어 표현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사실 직장생활 경력이 나보다 짧은 저자의 책에 몰입하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김남인 작가는 분명 버릴 수 없는 기자 정신에 입각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했다. 냉철한 시각으로 회사와 동료들을 뜯어보고 재구성해 엮으며 스스로 터득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때문에 일반 조직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사람들이 너무 당연해서 보지 못한 ‘등잔 밑 어둠’을 밝혀줄 조언을 제시하지 않았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덕분에 알면서도 그동안 모른 체 하고 지냈던 직장생활의 ‘기본기’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이 책은 나뿐만이 아니라 언어(감정) 전달에 서툰 직장인들에게 꽤 유용한 내용이라고 본다. 


 신입이나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좀 딱딱한 느낌을 주기도 하겠지만 분명 미래의 직장생활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나와 같은 중간관리자급에게는 지금부터 꾸준히 갈고닦아야 할 과제를 제시함과 동시에 뭔가 잡힐 듯 말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 ‘직장 생활 탐구생활’이 팀장, 임원급에게는 지배와 불통에서 벗어나,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하는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이미 다 아시면서 괜히 모른 체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김남인 작가의 입을 통해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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