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가의 권력 다툼, 탐욕과 배신, 복수 등을 그럴 듯하게 다룬 영화인줄 알았지만, 그러지 못한, 지루한 <영화 월 스트리트>. 이 영화는 증권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건지 가족애를 강조하는 휴머니즘 영화인지 참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중심 축이 되는 ‘잠들지 않는 돈’에 집중하게 되기 보다는 ‘잠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영화 <영화 월 스트리트>에는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것 같은 스피드한 전개는 없었고, 130여분의 시간은 더욱 길게만 느껴졌다. 혹시나 했던 통쾌한 복수극 역시 없었다.
통쾌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은 복수극
영화 <영화 월 스트리트>는 세계 경제가 좌지우지 되는 곳, 월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돈과의 치열한 전쟁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는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와 ‘탐욕은 좋은 것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돈을 향한 탐욕과 배신, 복수 등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숨막히거나 긴장되는 전개도 정교한 짜임새도 없었다. 화려한 뉴욕의 맨하튼을 그저 그런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주인공 제이콥(샤이아 라보프)은 잘나가는 신예 증권맨이다. 적당히 인정도 있고, 의리도 있고, 도덕성도 갖추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렇게 복합적으로 완벽한 인물은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흐리게 만들었다. 영화 <영화 월 스트리트>는 거짓 루머를 흘려 자신의 회사를 헐값에 인수하고, 아버지와도 같은 사장님을 자살로 몰아 넣은 거대 금융권력에 대한 복수를 그린 영화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참으로 지루했고, 거대 권력에 맞서는 주인공 제이콥의 복수심 또한 너무 빈약했다. 복수심뿐만 아니라 샤이아 라보프의 2% 부족한 카리스마는 거대 금융계를 좌지우지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게 보였다. 복수를 위한 칼날을 갈고 소리를 버럭 질러 보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 선했다.
결론적으로 복수 아닌 복수를 통해 복수극의 면모를 약간 보여주긴 했지만, 통쾌하지도 그리고 후련하지도 않았다. “음…”라는 한숨 섞인 탄식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특히 영화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금융계를 휘청거리게 하는 힘이 몇 사람이 흘리는 거짓 루머라는 것도 설득력이 약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라 그런지 중간 중간에 보여주는 대체에너지,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너무 친절한 그림 설명도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영화 월 스트리트>는 증권가 이야기지만 현란한 주식그래프 그리고 공매도를 했느냐 마느냐와 의미없는 모럴해저드만을 외치는 수박 겉핥기 식의 영화다. 마땅히 겨냥한 관객층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외면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그건 미국의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했고,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해 냈느냐가 궁금한 미국인들의 호기심에서만 비롯됐을 것이다.
영화 <영화 월 스트리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한다. 전설적인 천재 증권맨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도 등장하고 당국의 금융 위기에 정부가 개입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국제적인 이슈도 등장한다. 미국 최대 규모의 금융투자그룹이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소재들은 결국 영화의 소소한 배경으로 묻히고 만다.
가족드라마가 된 엉뚱한 결말
이 영화는 미국 거대 금융계의 이야기로 흐르는 듯 하지만 결국은 휴머니즘 영화로 막을 내린다. 아버지(고든 게코)와 원수 지간이었던 딸(캐리 뮬리건)은 아버지의 반성 어린 한마디에 수십 년 간 굳게 닫아 두었던 마음을 열고,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던 남자친구에 대한 적개심도 풀어 버린다. 부동산 투기로 집 세 채도 부족하다며 돈, 돈 하던 제이콥의 어머니는 어느새 새 직장을 찾아 열심히 일하며 개과천선을 했다. 그리고 ‘탐욕은 좋은 것이다’를 외치던 치사하고, 비열하고, 이기적이던 고든 게코는 손주의 심장 박동에 한 순간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인류를 위한 아름다운 기부까지… 너무 순식간에 영화는 아름다운 가족 드라마가 됐다. 특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원수같이 으르렁거리던 가족들은 어느새 화목한 가정의 표본이 되었고, 그들의 미소에는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돈은 잠들지 않지만, 관객은 잠들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브라보 직딩의 하루 > :: 직딩힐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드, 찬란한 액션이 무색한 국가 모독 프로젝트 (20) | 2010.11.05 |
---|---|
와일드 타겟, 킬러의 사랑과 인간미를 욕하지 마라! (13) | 2010.11.02 |
부당거래, 소름 끼치는 현실적 묘사가 아름답다 (28) | 2010.10.29 |
마피아 보스의 치졸한 복수극, 22 블렛 (14) | 2010.10.28 |
맨 프럼 어스, 역사적 사실을 뒤집는 쾌감 (23) | 2010.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