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영화 <부당거래>. 그 이유는 대한민국, 정재계간 얽히고 설킨 부패상에 대한 지독했던 잔상 때문일 것이다. 영화 <부당거래>는 확실한 짜임새를 가지고 마치 퍼즐 맞추기를 하듯 흘러간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첫 ‘부당거래’를 시작으로 영화 <부당거래>는 서서히 퍼즐 맞추기에 가속도를 더한다.
심각하게 흘러가는 영화 속 오버스러운 류승범과 콤비를 이루는 어설픈 공 수사관의 캐릭터를 통해 웃음 코드 또한 녹여 넣었지만, 영화의 흐름에 긴박함과 진지함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영화 <부당거래>는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정,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쓰레기와도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밑바닥까지 파헤쳤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허구라지만 이 허구란 탈을 쓴 영화 속에서 진동하는 현실의 비리와 부정, 부패의 악취는 허구라는 단어로 덮어버리기에는 너무 지독했다.
소름 끼치는 현실의 축소판, 부당거래
영화 <부당거래>는 대한민국 경찰, 검찰, 정재계를 아우르는 현실의 축소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확한 실체를 모른 채 그러려니 하는 암흑 속 현실을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본 느낌이다.
영화에서 사건의 첫 발단은 초등학생 연쇄살인범 검거를 실패한 경찰의 범인 조작에서 시작된다. 이를 통해 경찰의 위신을 세우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찰의 작전에서부터 영화는 흥미를 유발한다. 적당한 거래를 통해 해결될 것 같던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물 속에서 물감이 퍼지듯 권력의 다툼 속으로 퍼져나간다. 경찰은 조폭을 이용해 약자를 지배하려 들고, 재계 인사는 검사를 이용해 비리를 덮는다. 그리고 검사는 다시 언론을 이용해 경찰을 옥죈다. 경찰, 검찰, 정재계 간 먹고 먹힐 수 밖에 없는 먹이사슬 관계를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 <부당거래>는 이들의 두뇌 싸움 속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영화가 결말로 치달을수록 우리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숨어있던 사기극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그런데 속 시원한 느낌보다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권력의 다툼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현실 속 그분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경찰, 검찰, 재계 스폰서, 언론간의 부당한 거래를 목격했고 분노했지만 그 모습들 속에 녹아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왠지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승부 없는 더러운 욕망의 사슬
영화에서의 중심 축은 경찰 최철기(황정민)와 검사 주양(류승범)의 대립 구도다. 최철기는 조폭을 사주해 거짓 범인을 만들어 낸 사실을 끝까지 숨기기 위해, 주양은 재계 인사의 스폰을 받은 사실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친다. 이들은 부당한 거래를 시작하면서 비리, 은폐, 배신, 살인까지 저지른다. 지독하게 추악한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더럽고 비열한 권력의 다툼 속에서 쫓고 쫓기며 긴박한 순간을 연출한다.
결국 이들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고 또 하나의 ‘부당거래’를 성사시키며, 사건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저지른 지독하게 더럽고 추악한 모습들은 한 순간에 허무함 속으로 빠져든다. 사건의 시발이 되었던 연쇄 살인범의 실체가 드러나고 이들의 각본 있는 사투는 수많은 희생자만을 남긴 각본 없는 드라마로 전락해 버린다.
승부 자체가 헷갈리는 허무한 결론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사회의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영화 <부당거래>는 그것을 실천 하느냐, 못하느냐의 기로에 선 자들의 속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짓밟고도 싶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갈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최철기는 그 답변을 던져준다.
“죽기 살기로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봤자 결국엔 별거 없더라…”라고…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적인 모습이다.
영화가 보여준 대한민국의 권선징악
영화 <부당거래>는 대한민국에서 언론에 한 번씩은 나왔던 사건 들을 모티브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고 흥미진진하다. 여주인공 하나 없이도 영화는 신기하게 잘도 흘러간다. 치밀한 구성으로 대한민국을 속속들이 파헤친 영화에 애착이 간다. 류승완 감독의 대범함과 강도 높은 연출력도 높이 살만하다. 영화가 끝나며 재미있다는 생각이 물론 제일 먼저 들었다. 하지만 재미 속에서 배어나는 씁쓸함과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영화 부당거래를 본 관객들 모두가 그러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인 것을…
영화가 끝나 갈 즈음… 당연히 권선징악으로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 영화 부당거래는 강력한 메시지를 하나 던진다. 권력의 힘은 위대하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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