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지루하게 시작된다. 그리고 약 7분 정도가 지난 후 본격적인 액션 영화의 신호탄을 날리며 영화는 박진감 있게 진행된다. 전반적인 액션 신은 시원하고 통쾌하다. 영화 <레드>는 익스펜더블에서 보여준 노장들의 무차별한 살인 참극과는 다르다. 노장 투혼이 무색한 전직 CIA 요원들의 확실한 업무 분장과 노련미가 돋보인다. 특히 킬러 계의 대모인 빅토리아(헬렌 미렌)의 무표정한 총격 신과 프랭크 모스(부르스 윌리스)의 강도 높은 액션 신이 볼만하다. 그런데 이 영화 <레드>는 이렇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면서도 졸작 같은 결말을 보여준다. 안타깝다. 충분히 완성도 있는 액션대작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찬란했던CIA 요원들의 유쾌한 반란
사건의 발단은 은퇴 후 조용히 살아가는 프랭크가 정체 모를 무장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그냥 당하고만 있을 리 없는 전직 CIA 특수요원 프랭크는 배후를 캐내기 시작. 프랭크는 배후에 거대 조직의 음모가 숨어 있음을 밝혀낸다. 또한 자신 뿐만 아니라 그와 전화로 사랑을 키워오던 연인 사라(메리 루이스 파커)도 위험함을 깨닫고 보이지 않는 거대 조직에 도전장을 내민다. 혼자서 일을 처리할 수 없는 프랭크는 찬란했던 과거가 있는 전직 CIA 요원들을 하나 둘 모아 막강 4인방을 구성한다.
이들의 숨막히는 전투는 긴박하고 스릴 있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유쾌함에 가깝다. 은퇴 요원들의 액션은 현직 CIA 요원들 이상의 파워를 뿜어내고 냉철함과 노련미는 그들의 삶의 역사를 대변한다. 특히 프랭크와 CIA의 쿠퍼(칼 어번)와의 사무실 액션 신은 노장의 승리를 통한 쾌감과 통쾌함도 느껴진다. 영화 레드의 노장 액션은 영화 익스펜더블 1편에서 보여준 평균 연령 55살, 그들의 무차별 액션과는 분명 다르다. 익스펜더블의 액션이 무의미한 잔혹 살인 퍼레이드 였다면, 레드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유쾌하고 통쾌한 액션 활극이다. 레드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미약하지만 액션과 아직 죽지 않은 노장 투혼을 확실히 보여준 액션대작이고 말하고 싶다. 영화 자체가 대작이라는 말이 아니라 노장들의 액션만 대작이다.
아쉬운2%, 부통령과 동급 된 팬션 안내원
액션 영화 레드에는 멜로를 살짝 첨가했다. 그런데 살짝 들어만 갔어야 할 소재인 이것은 결국 영화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최대의 이슈가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프랭크와 사라는 전화로 사랑을 키워왔다. 둘의 만남은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았고, 사라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해 프랭크는 납치하다시피 그녀를 끌고 간다. 납치를 당한 위험 천만한 상황에서도 사라는 남자 복이 없다는 푸념만을 늘어 놓는다. 그러다 프랭크가 전직 CIA요원임을 알고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감탄사만 연발하며 철없는 모습을 보인다. 함께 중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에도 흥분하며 좋아 어쩔 줄 모른다.
결국 철없는 그녀는 80-90년대 한국 영화의 여 주인공처럼 납치 되고 만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여 주인공 구출작전으로 흘러간다. 그들이 캐내려던 수십 년 전 사건의 전모에 대한 사명감은 애인 구출작전으로 퇴색되어 버린다. 사라를 구해내기 위해 그들은 더 과격한 전투를 벌이며, 모든 음모를 지시한 부통령(결국 부통령 짓이 아님이 밝혀짐)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현직 CIA의 인질, 사라) VS (전직 CIA의 인질, 부통령)이라는 결말로 치닫는다. 너무 안타깝고 한숨 나오는 순간이다.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며 노장의 투혼을 보여줬던 결말이 팬션 안내원과 부통령의 맞교환 이라니… 레드는 영화의 스케일에 비해 스토리의 흐름이 그 스케일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엔딩 자막이 올라갈 때 2%의 부족함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동료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조(모건 프리먼)의 의미 없는 죽음이다. 한마디로 이 영화, 찬란한 액션이 무색한 국가 모독 프로젝트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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