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직딩의 하루/:: 직딩힐링 ::

와일드 타겟, 킬러의 사랑과 인간미를 욕하지 마라!

직딩H 2010. 11. 2. 06:30

 

  엉뚱하고도 어이가 없었지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영국식 코미디 와일드 타겟을 봤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피식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의외로 많다. 유치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소소한 재미를 살려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땅히 볼 만한 영화가 없거나, 시간이 많이 남거나 혹은 머리 안 쓰고 가볍게 볼 만한 영화로써는 괜찮다. 미국식 영어에 식상했다면 시간 날 때 한번 보자. 터프한 영국식 영어 발음도 듣기 좋다.

 

엉뚱한 그들의 엉뚱한 만남과 엉뚱한 결말

 

  와일드 타겟에는 주인공 3명이 등장한다. 이들의 캐릭터는 정말 많이 특이하다. 비 현실적인 캐릭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엉뚱한 그들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얼마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지 한 번 살펴보면,

 

 

빅터(빌 나이). 살인 청부업계의 대부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실패율 0%, 냉철함 100%를 자랑하는 전설 같은 존재이다. 빅터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부모님의 조기 교육(?) 덕분이다. 킬러 부모 밑에서 자란 빅터는 타고난 가문(?) 덕분에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 하지만 로즈의 살인을 청부 받고 흔들리는 인물.

 

 

로즈(에밀리 블런트). 사기를 조장하고 도둑질을 일삼는 여자다. 아무 생각도 없이 뭐든 제멋대로 하고 한탕주의를 꿈꾼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외모에 톡톡 튀는 매력은 킬러의 냉철함 마저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빅터를 보디가드로 고용하고 나중에 그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킬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상관 없다. 그저 쿨하고 텅 번  여자다.

 

 

토니(루퍼트 그린트). 우연한 계기에 빅터 그리고 로즈와 동행하게 된 의외의 인물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은 캐릭터. 순수함을 넘어서 어리버리한 모습과 표정으로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낸다. 해리포터에서 해리의 친구로 등장했던 그 어설픔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어설픈 모습에 감추어진 킬러의 본능도 있다. 결국 빅터의 후계자가 된다.

 

  주인공들의 만남에서부터 결말까지 엉뚱하게 흘러가는 영화 와일드 타겟은 물과 기름 같던 그들의 화합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않다. 예측 가능한 결과니까.

 

 

살인자의 사랑과 인간미가 유쾌한 이유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포커스가 살인이 아니다. 킬러 영화기 때문에 그리고 냉철한 킬러의 모습을 살짝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등장한 소재일 뿐이다. 그러니까 살인자(킬러)의 사랑과 인간미를 욕하지는 말자.

 

  결국 영화 와일드 타겟속 주인공들은 불편한 만남 속에서 벌어지는 엉뚱한 에피소드 겪으며 가족이 된다. 그 전제는 서로의 필요 조건을 충족시키는 암묵적인 합의가 깔려있다. 빅터는 로즈의 사랑을 얻고 그녀를 지켜주고, 킬러의 후계자를 발탁하고 그의 존경을 얻고, 토니는 방황하던 인생에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킬러(빅터)와 좀도둑(로즈)의 모습에서 유쾌함이 배어나는 이유는 인간 본연의 성선설을 뒷받침하는 듯한 인간적인 매력을 속속들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와일드 타겟 (2011)

Wild Target 
7.8
감독
조나단 린
출연
빌 나이, 에밀리 블런트, 루퍼트 그린트, 루퍼트 에버렛, 에일린 앳킨스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액션 | 영국, 프랑스 | 97 분 | 2011-12-29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