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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선배의 변덕에 시달렸던 나의 첫 직장

직딩H 2010. 12. 30. 06:30

  

  대학교 4 2학기 초에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같은 과 친구와 같은 광고 대행사에 인턴으로 취직을 했습니다. 광고 대행사라서 젊은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속한 팀에는 8명의 팀원 중 3명의 선배 여직원이 있었죠. 2명은 동갑이었고, 한 명은 2살 어렸습니다.

 

  처음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 같은 팀의 여직원들은 풋풋한 대학생 신입사원이 들어왔다고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나이도 같으니 친구처럼 지내자며 살갑게 다가왔죠. 그런데 신입의 입장인 저로써는 4년이나 선배인 직원보다는 저보다 6개월 먼저 입사한 2살 아래의 직원이 더 편했습니다. 처음에는 젊은 피 5명이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연차가 많은 선배보다는 같은 신입사원이 편했습니다. 그래서 과 친구랑 저랑 2살 아래의 직원과 더욱 친해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3개월이 지나 정식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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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정식 입사를 하자마자 두 명의 여자 선배의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6개월 먼저 입사한 후배를 쌀쌀맞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배는 속상해서 울기도 하고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셋은 뭉치게 됐죠. 선배들 뒷담화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여 선배들의 화살이 저에게도 날라왔습니다.

 

  광고 대행사다 보니 인쇄물들 시안을 출력해서 칼로 잘라 재본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칼질 안 해봤어? 다시 출력 해와…” (인턴 때는 무조건 잘했다더니.^) 평소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가던 일들이었죠. 이거 삐뚤어 졌잖아~! 클라이언트한테 이런 걸 어떻게 보내?” 제가 좀 꼼꼼한 편이라서 학교 다닐 때 친구들 작업을 대행해 주곤 했었죠. 제가 볼 땐 분명 아무 문제가 없는데젠장동갑 선배한테 듣는 억지스러운 트집은 정말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광고 대행사 특성상 야근이 정말 많았습니다. 새벽 2-3 퇴근할 때도 부지기수, 회사에서 잘 때도 다반사. 그러다 가끔 일이 일찍 끝나면 팀장님을 포함 남자 선배들은 빨리 빨리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신이 나서 퇴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조용히 저희를 불러다 놓고 팀장님이 가라면 그냥 가는 거야?, 선배들 한테 도와줄 일 있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말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절대 안 그러면서 저희끼리만 있으면 태도가 변했습니다.

  


  어느 날 팀장님이 막내들 3명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저녁 식사를 가셨습니다. 저희는 바로 퇴근을 했죠. 지하철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너는 팀장님한테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니?, 내가 그러지 말라고 그랬지?” 갑자기 기분이 급 하강. 다시 들어가는 것도 우스워 그냥 집으로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또 불러 놓고 한 소리를 했습니다.

 

  이 외에도 학교를 왜 그렇게 자주가?(졸업 전에 취업을 해서…) 너네 주말에도 나와서 일해~”, “왜 이렇게 엉덩이가 가볍냐(자리를 많이 비운다는 뜻이랍니다)”, “담배를 왜 그렇게 자주 피냐?”, “밥을 오래도 먹는다 등 시어머니 같이 많은 트집을 잡곤 했습니다. 그래도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두 명 외에 나머지 직원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죠.

 

  6개월이 되던 달에 친구는 야근이 너무 많고 힘들다는 이유로 퇴직을 했습니다. 사실 저희한테는 갈구는 두 명 때문에 다니기 싫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결국 친구는 관뒀고, 저는 1년이 되는 해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정이 많이 들었던 회사라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냈고, 결혼 할 때 인사도 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에는 6개월 먼저 입사했던 두 살 어린 여직원이 결혼을 했습니다. 예식장에 갔더니 전에 다니던 회사 분들이 많이 왔더군요. 몇 년만에 그 둘을 다시 만났습니다. 여전히 그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이제는 애 엄마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입사를 했던 친구도 왔습니다. 7년 만에 5명이 다 모였습니다. 장난 삼아 왜 그렇게 우리를 괴롭혔냐고 물어 봤습니다.

 

  우리가 언제 괴롭혔다고 그래, 니네들 예뻐해준 기억밖에 없는데?” 라고 말하더군요. 친구랑 저는 무슨~ 그렇게 갈궈 놓구선이라고 말을 했더니, 니네 셋이 맨날 일도 안하고 몰려 다니니까 그랬겠지 라고 하더군요. 그냥 웃으며 넘어 갔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이야기. 선배 입장에서 후배를 바라보는 시선, 그런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선이 물론 틀렸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어려서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분명한 건 2살 어린 여자 후배와 저와 제 친구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못 마땅해 더 그랬을 겁니다. 당시 저희는 그렇게 결론을 냈었죠. ㅎㅎ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것은 후배인 저희들이 먼저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 처세를 잘 못했던 것 입니다.

 

  아무튼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또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든 일은 시간이 약인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옛 직장동료들을 만나니 무척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