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을 받아 무레 요코의 소설, <카모메 식당>을 읽었다. 다분히 여성적이고 감성적 소설의 결말을 접하고 느낀 점은 맹물 같은 소설이란 것. 이 말은 맹탕 같은 소설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물은 아무 맛도 없지만 가끔씩은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하고, 아무 화학약품이 첨가되지 않아 타음료와 차별되는 순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소설, 카모메 식당이 이런 물의 매력과 강점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도조차 소박한<카모메 식당>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핀란드 헬싱키의 한 식당으로 모인 4人. 일본인 아줌마,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와 핀란드인 청년 토미. 이렇게 4명이 주축이 되어 소설은 흘러간다. 책을 읽다 보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소설의 구성을 무시한 체 발단-전개-결말로만 엮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카모메 식당에서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소설에서 대수롭지 않게 그려진 ‘사치에의 복권 당첨’이다. 복권당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만들지만, 사치에에게 복권 당첨은 그저 꿈 ※ 맛있는 오니기리(주먹밥)를 만드는 식당을 여는 것. 을 이루는 조그마한 수단과 도구에 불과했다. 이 부분에서 이 소설의 강력한 주제인 ‘소박한 행복’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무지막지한 잔잔함으로 만들어진 이 소설이 시사하는 바는 소박함이다. 소박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소박한 곳에서 행복을 찾아가며, 소박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소박한 모습에 독자들은 소박한 미소를 짓는다. 강도조차 소박하게 그려진 부분에서 이 소설의 소박함은 극에 달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소박함 속에서 이 소설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이 소설의 ending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주먹밥을 만드는 그들의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이 ing하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소설 <카모메 식당>은 이기적으로 사람들을 이용하고 한없이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말하는 듯한 책이다. 나에게 큰 가르침이나 깨달음은 주지 않았지만, ‘행복이란 멀게만 느껴지지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 이라는 노래 가사를 오랜만에 떠오르게 해주었다. 소설 카모메 식당을 읽고 나니 오늘 하루 ‘행복은 소박한 것에서 부터…’라고 읊조리며 하루를 열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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