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고 기대하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다. 상대성이론, 양자물리학, 웜홀, 평행우주 등 어려운 물리학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이런 용어의 뜻을 풀어가며 볼 필요 없이 그저 ‘과학에는 이런 용어들이 있구나’라는 정도에서만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는 어려운 것 같지만 어렵지 않은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렇게 어려운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라는 놀라움이었다. 감독 이름처럼 놀란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불가능한 픽션만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과학적 근거와 놀란 감독의 무한한 상상력이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놀란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을 만나 물리학에 대해 상당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그의 노력이 상당했음을 느낄 수 있다.
명확하게 언급되지는 않지만 문명의 이기가 범한 잘못으로 지구는 식량 위기로 혼란에 빠진다. 공식적으로 해체된 미 항공우주국 나사의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지하 벙커에 격리된 채로 지구에서 떠날 방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로 나선다. 그들이 우주로 나서게 된 계기는 토성 근처에서 발견 된 웜홀(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공간)때문이었다. 우연히 전직 NASA 우주비행사 쿠퍼(매튜 매커너헤이)가 합류해 본격적인 우주여행이 시작된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처음 접해보는 지구와 우주의 모습, 태양계와 은하계를 떠나 도착한 새로운 행성이 보여주는 광활함과 척박함이다. 또한 시공을 초월하는 공간인 웜홀과 어느 누구도 가본적 없는 블랙홀의 모습이다. 그동안 수많은 SF영화를 접해왔지만, 이처럼 과학적인 이론에 근접해 표현 된 신비스러운 우주의 모습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결점의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결말에 도달할 때쯤, 쿠퍼가 들어간 블랙홀에서 보여준 5차원의 가상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집에 있는 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와 교감하는 모습이 좀 쌩뚱 맞기도 했다. 그리고 결말에 들어서서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사랑이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급,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려 좀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진지한 과학을 다룬 SF영화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다룬 가족영화이기도 하고, 멜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이 이같은 부분을 모두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웅장했고 완벽했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우주 속에서 지구 그리고 인간의 존재는 한낱 먼지와도 같구나’라는 것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영원히 안전할 수만은 없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때문에 벼랑 끝에 서게 된 인류가 최후의 선택을 통해, 그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한계에 도전하는 절박한 모습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인터스텔라>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영상미가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맥스로 봤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막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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