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누적 관객수 17,613,682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영화 1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해적>은 8,666,046명을 기록하며 역대 16위에 올랐다. 영화 <명량>(영화 명량, 지루한 전반전을 한방에 날리는 폭풍 감동 후반전)과 해적은 그 장르 자체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영화적인 매력은 <해적>이 더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명량>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한 영화 해적에 대한 약간은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명량>과 정면 승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비교 대상이 있을 때 더 냉정한 평가를 내리게 되니까.
다른 걸 다 떠나서 <영화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은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한 영화다.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아주 재미난 볼거리가 많다. 노력한 만큼의 웃음 코드를 유발시키지 못한 아쉬움도 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난 영화 <해적>이 참 재미있었다. 특히 <해적>에는 <명량>에 버금가는 커다란 볼거리 3가지가 있다.
하나, 여월(손예진)과 소마(이경영)의 리더십 대결
영화 <명량>으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본받자는 취지 하에 기업 임직원들이 명량을 감상한다는 기사를 봤다. 이순신 장군은 실존 인물 그리고 역사적인 전쟁의 승리라는 검증 받은 기록이 있다는 것이 다르지만, 해적에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리더십이 있다. 바로 여월과 소마의 리더십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장사정(김남길)도 산적들을 이끄는 리더로 나오기는 하지만 장사정은 누가 봐도 좀 그러니 일단 패스.
영화가 시작 할 때 바다의 주인은 바로 소마였다. 소마는 강인한 카리스마와 냉철함으로 무장한 해적단의 두목으로 등장한다. 그는 서로간 가족, 형제라고 여기는 해적단과는 달리 애초부터 해적단을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왔다.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가족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개국세력에게 넘겨주려 한다. 여기서부터 여월의 리더십에 발동이 걸린다. 여월은 “우리는 형제다”라며 하늘과도 같았던 소마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결국 승리하여 해적단의 여리더가 된다. 그리고 소마와는 다른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강인함으로 해적단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다시 만난 여월과 또 다른 세력을 키운 소마는 숙명적인 재대결을 펼치며, 바다의 왕좌 자리 다툼이 아닌, 가족을 위한 VS 원한을 위한 싸움으로 점철된다. 결국 여월의 승리로 싸움은 끝이 난다. 여성 리더의 등장과 승리는 이 시대의 여자리더들이 갖춰야 할 소양을 보여줬고, 냉철함 속에 베어나는 남자들이 갖추지 못한 섬세하고 강인한 감정을 보여줬다. 해적 속 여월의 모습이 바로 이 시대의 여성 리더들이 갖추고 있는, 또한 갖춰야 할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면이 아닐까 싶다.
둘, 장사정(김남길)과 모흥갑(김태우)의 숙명적 대결
장사정과 모흥갑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며, 숙명적 악연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 산적이 된 장사정과 복수에 눈이 뒤집어진 조선의 장군으로 다시 만난다. 여기서도 두 사람의 캐릭터는 여월과 소마처럼 극명하게 대립된다.
국새를 찾고 명예회복을 위해 발버둥치던 모흥갑은 결정적인 순간에 장사정과 다시 만난다. 고래를 찾아 국새와 명예를 되찾겠다던 모흥갑의 다짐은 장사정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장사정과 모흥갑의 숨막히는 대결이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고려 무사 시절 장사정에게 당했던 모흥갑은 분노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체 초라한 최후를 맞게 된다. 역사적인 앙숙이었지만, 여월과 소마의 대립 구도만큼의 긴장감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김태우의 신들린 듯한 악역 연기는 유해진의 코믹 연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영화의 리듬을 조율했다.
이 둘의 모습은 약간은 억지스런 모습으로 비춰졌다. 촐싹거리는 장사정과 냉철한 모습의 악역 모흥갑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았고, 여월과 소마의 대립구도와 견주어 억지로 끼워 맞춰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기서 배울 것 없는 두 남자의 리더십도 보여진다.
셋, 단 하나의 웃음코드, 철봉(유해진)
앞서 말했듯이 영화 <해적>은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한 영화다. 여기저기에서 빵빵 나와주는 웃음코드가 있었지만, 빵빵 터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철봉 덕분에 영화 <해적>의 웃음코드가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 시작부터 해적이 뱃멀미를 한다며 오바이트를 하는 모습부터가 아이러니하다. 그러더니 소마에 의해 인질로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혼자 해적선을 탈출해 산으로 간다. 이렇게 이치에 맞지 않은 모습부터가 웃기다. 철봉에게 참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해적에 몸담을 때도 인정을 못 받고, 산적으로 이직을 했을 때 역시 철저하게 무시를 당한다. 하지만 서열 막내, 서열 2위를 오가며, 좌절과 환희를 맛보는 그의 연기는 볼만하다.
전직 해적 출신으로 산적들에게 바다와 고래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무시와 구타를 당하는 모습, 특히 수영을 가르치며 보여준 유해진의 명대사가 정말 인상적이다. 수영에서는 “음~파~ 음~파~만 기억하면 되는겨”, 등신마냥 “파~음~, 파~음~하면 뒤지는 겨”라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웃음 폭탄을 맞는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은 그냥 철봉만 나오면 일단 웃고 본다. 영화 <해적>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여준 건 유해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건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모두 공감 할 것이다. 영화 <해적>은 유해진이 없었으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영화 해적, 눈이 즐거운 영화!
이 밖에도 영화 <해적>에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고래가 삼킨 국새 찾기라는 소재도 참신했고, 고래와 여월이 보여주는 교감도 감동적이었다. 또한 인간의 탐욕에 의해 희생당하는 고래의 모습에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또한 여월의 화려한 와이어 액션과 검술, 무술신 등도 볼만했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여월의 수로 신이나 거대 풍차가 굴러가며 보여주는 장면도 커다란 볼거리 중 하나다. 그러나 어설픈 설리의 연기는 옥에 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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