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스티발>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페스티발>은 변태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다. 트레일러에서처럼 단순한 섹스 판타지를 다룬 영화도 아니었다. <페스티발>을 보고 나서 이 영화는 ‘마음이 힘든 현대인들이 위안을 찾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페스티발>은 특이한 욕구(성적 욕구만을 다루지 않는다)를 통해 일상에서의 만족감(쾌감)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존재하기 힘들 것 같은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영화를 보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존재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단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커플들의 변태스럽지만 애잔한 인생을 들여다보자.
섹스보다 중요한 관심과 배려
장배(신하균)와 지수(엄지원)커플. 이들을 상징하는 단어는 섹스이다. 장배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섹스를 즐기고 크기에 집착한다. 여자 친구인 지수는 언제나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 때문에 기구까지 이용하며 성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섹스에 집착하던 이들은 섹스와 얽힌 복잡 미묘한 문제 때문에 결국 헤어진다. 그리고 헤어짐을 통해 섹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섹스 외에도 서로를 만족 시켜줄 수 있는 관심과 배려, 진심어린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헤어짐을 통해 배웠다. 이후 이들의 관계는 더 이상 성적으로만 치우치지 않을 것이다. 장배는 남성 중심적인 관계에서 벗어났을 것이고, 관심과 배려, 사랑으로 이들은 행복할 것이다. 이들의 모습은 절대 변태적으로 보여지지 않았다. 그저 열등감 있는 한 남성의 이기적인 성욕을 다룬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 일 뿐이니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치유
상두(류승범)와 자혜(백진희) 커플. 엉뚱발랄하고도 적극적인(입던 속옷을 팔아 용돈을 버는) 여고생과 무반응의 오뎅오빠의 이야기다. 이 커플의 이야기에서는 페티시즘(이성의 몸의 일부, 옷가지, 소지품 따위에서 성적 만족을 얻는 이상 성욕의 하나)을 다룬다. 상두는 여고생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은 바로 항상 집에서 자신을 기다려 주는 전신 인형뿐이다. 그는 퇴근 후 인형을 통해 피로를 풀어내고, 사람에게 느끼지 못하는 쾌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그의 변태성만을 탐색하게 하기 보다는 왜 그가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게 한다. 사람에 대한 씻지 못할 상처가 그를 더 이상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에 대해 굳게 닫힌 마음은 결국 여고생 자혜의 진심 어린 마음을 통해 열리게 된다. 이 커플 역시 변태라는 접근 보다는 상처와 치유라는 이야기로 보여 진다.
흥분보다는 간절한 평온한 마음
순심(심혜진)과 기봉(성동일) 커플. 이 커플은 SM(세디스트/마조히스트 : 사전적으로는 피가학적 변태라 일컬어지며, 상대에게 가학당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총칭이다)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은 이러한 행위를 통해 흥분하기 보다는 마음의 평온을 찾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들이 찾는 것은 성적인 흥분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이었다. 순심은 딸에게 “평생 남편 뒷바라지, 빚 바라지, 딸내미 뒷바라지를 하며 희생에서 벗어나 이제 나답게 사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세상엔 변태 엄마도 있는 거야”라는 한 마디를 던진다. 순심은 기봉에게 가혹한 행위를 하며 희생한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고, 외롭게 사는 기봉은 순심의 만족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결국 이들은 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변태의 모습으로 세상과 맞선다. 그렇지만 이들을 변태라고 보기에는 뭔가 2% 부족하다. 그냥 그들은 그들답게 사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고, 이들은 변태라기 보다는 거친 세상 속에 힘들고 지친 현대인일 뿐이다.
속옷으로 찾은 일상에서의 해방구
광록(오달수)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커플로 등장하지 않는다. 혼자서 인생에서 쾌감 찾는 방법을 발견한다. 바로 여자의 속옷을 통해서다. 그가 그렇게 된 이유는 너무나 틀에 박힌 일상 생활에서 발화점을 찾을 수 있다. 문제없는 가정생활이지만 무료한 일상은 그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은 그를 더 외롭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아내에게 주려고 산 속옷을 입고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구를 발견한다. 속옷을 입고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며, 조깅을 한다. 광록 역시 여자 속옷을 입었을 때 흥분 된 모습보다는 평온함이 배어난다. 그 역시 아내에게 자신의 은밀한 행동을 들킨다. “당신 여자가 되고 싶고 그런 건 아니지?”라는 물음에 광록은 “그런 거 하고는 달라…”라는 말을 남긴다. 속옷에서 일상의 해방구를 찾은 광록. 변태라기 보단 왠지 짠한 생각이 더 드는 이유는 뭘까.
영화 <페스티발>,
남들과 조금 다른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섹스중독, SM, 페티시즘, 복장 등에 대한 집착을 다뤘지만, 그저 이들의 모습을 우습게 표현한 듯한 수박 겉핥기 식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은밀한 벽장 속 변태들을 파헤쳤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놀랍거나 신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변태. 요즘에는 아무 대나 갖다 붙이는 단어가 된지 오래다. 영화 <페스티발> 속 주인공들은 변태라기 보다 남들보다 약간 취향이 독특한 그저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웃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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