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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 공권력 앞에 무너지는 진실

직딩H 2010. 10. 24. 13:37

 

  국내 미 개봉 영화 <Nothing But The Truth>. 처음에는 제목이 거짓 혹은 진실(Nothing But The Truth)이라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라고 정정되어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Nothing But The Truth는 법정에서 진실만을 얘기할 때 쓰는 용어라고 한다. MBC 서프라이즈의 진실 혹은 거짓도 아니고제목이 이상하긴 했었다.

 

  정말 짜증났던 영화다. 재미가 없는 영화도, 지루한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은 끝까지 계속됐다. 정부의 권력 남용에 대한 분노인지, 언론의 무기력함에 대한 답답함 때문인지 모르겠다.

 

  영화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는 결국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은 채, 모든 판단을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떠넘겨 버렸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것 같은 명쾌하지도 개운하지 않은 영화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영화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 에서는 권력과 권리의 두 가지 명확한 대립을 보여준다. 국가의 기밀을 누설한 반역자 색출을 위한 막강 검사 패튼 두뵈스(맷 딜런)의 권력(물론 국가의 막강 파워가 힘을 실어준다)과 국민들의 알 권리와 국가 정보를 제보한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기자 레이첼의 대립이다.

 

  이는 우리에게 국가의 권력이 우선인가, 국민들의 알 권리가 우선인가에 대한 혼란을 야기시킨다. 국가가 건재하게 존재해야 국민들이 그 테두리 안에서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범죄를 조장하고, 은폐하고 거짓 주장으로 국민들을 기만한다면 국민들의 알 권리는 아무도 모르게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은 국가의 권력 안에만 존재하게 된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명확한 결론은 없다. 다만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옳고 그름은 단지 자신의 신념에서만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영화의 맥은 다르지만 권력 남용이라는 측면에서 영화 부당거래(부당거래, 소름 끼치는 현실적 묘사가 아름답다)가 떠오른다.

 

  아무리 누군가가 권력과 권리의 옳고 그름을 떠든다 해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도 권력의 통제하에서는 소멸되거나 각색되어 버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실 혹은 거짓 공방이 펼쳐지는 국정원 대선 개입설 등 우리는 말도 안 되는 권력의 남용 속에서 살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존중 받는 사회의 정의는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언론이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왜곡되고 조작되지 않는 사회를 바랄 뿐이다.

 

 

권력에 희생당하는 나약한 인간

 

  영화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에서 레이첼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취재원을 끝까지 보호한다.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마지막 반전을 통해 그 설득력을 더해보지만 결말은 허무하면서도 미약하다. 그녀의 취재원 보호와 언론 자유를 위한 신념은 높이 살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대가는 가혹했다.

 

  언론에서 영웅 대접을 받을 만한 특종을 터트렸지만 그것도 잠시. 감옥 속에서 서서히 잊어져 가며 초라함만 더해간다. 특히, 가정의 해체(이혼과 남편의 외도)는 그녀의 1년 감옥생활을 더욱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녀는 그만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더 악화 될 뿐이었다. 그녀는 1년간의 감옥생활을 마무리하고 2년간의 교도소 행을 택한다. 물론 취재원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 속에는 한 가정(에리카의 죽음)을 파괴시킨 것에 대한 죄책감과 어쩌면 오보일 수도 있는 자신의 기사를 끝까지 지키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결국 공적인 요소와 사적인 요소의 혼재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결국, 뜬구름 잡는 허무한 몸부림

 

  영화,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는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한 진실 여부를 밝혀 국민을 설득하기 보다는 취재원을 밝히기 위해 혈안 된 정부의 모습과 기자의 신념(어쩌면 엄마의 신념일지도 모르겠다)을 부각시킨다.

 

  영화 중간에 베네수엘라를 조사한 CIA요원이 에리카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에리카의 보고서만 다른 입장 이었다고이는 레이첼의 기사가 오보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영화의 흐름은 취재원을 밝히려는 검사와 그를 보호하려는 기자와의 결론 없는 무모한 싸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면 정부와 언론의 신빙성에 대한 모든 것이 뜬구름을 잡기 위한 허무한 몸부림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취재원 보호와 언론자유 라는 논쟁을 야기했던 미국의 '리크게이트(leak gate)'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현실에서도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고, 영화 또한 묘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가 되어 아쉽다.

 

 


더 트루스 : 무언의 제보자 (2014)

Nothing But the Truth 
8.4
감독
로드 루리
출연
케이트 베킨세일, 데이비드 쉬머, 베라 파미가, 맷 딜런, 안젤라 바셋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07 분 |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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