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직딩의 하루/:: 직딩힐링 ::

애프터 라이프, 반전이라는 탈을 쓴 억지스런 교훈

직딩H 2010. 9. 3. 10:21

 

  영화 애프터 라이프의 리뷰들을 살짝 훑어봤다. “두 가지 결말이다”, “관객에게 그 판단을 맡기는 의도가 숨어있네” 라는 등의 갑론을박. 하지만 내가 볼 땐 정말 뻔한 영화였다.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 영화라는 예고편을 보고 애프터 라이프의 결론에 필이 팍 꽂혔다. 이런 류의 영화는 발단을 거쳐 전개가 시작되면서 답이 나온다. 감독(아그네츠카 보토위츠 보슬루)이 보여주려는 의도대로 따라가 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우린 이미 식스 센스라는 엄청난 반전을 맛봤고, 더 큰 자극이 아니면 쉽게 반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웬만한 건 자극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애프터 라이프가 그토록 외치던 반전을 살펴보자. 애프터 라이프는 이미 반전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관객들을 꼬셨다. 그렇다면 그 대단한 반전은 무엇일까?


'죽었는데 진짜 죽었다?'
'죽었는 줄 알았더니, 살아 있었다?
그런데 결국 살해 당했다?'


  중 어떤 결말이 관객들에게 더 자극적일까. 요즘은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주인공 애나(크리스티나 리치)는 ‘죽어서 능력? 있는 장의사(엘리엇 디콘)를 만나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떠났고, 남자 친구(폴 콜맨)도 운 좋게 그 장의사를 만나 저승길을 준비했다’는 스토리가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감독은 싸이코 패스를 연상시키는 장의사가 자기가 정해 놓은 삶의 잣대를 통해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들을 응징한다는 내용을 어필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가 신선하고 자극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애프터 라이프의 결론은 시체 보관실에서 주인공(애너 테일러)이 깨어났을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렇게 결말이 뻔히 보이는 애프터 라이프는 호기심, 지루함 그리고 반전 아닌 반전을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전해주며 막을 내린다.  애프터 라이프를 정성스럽게 본 관객으로서 이 영화를 다음과 같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1. 억지스런 호기심


  “넌 죽었어!", "난 죽지 않았어!"라는 말다툼이 오간다. ‘정말 죽었을까? 살았을까?’ 일단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면서 하이드로브롬을 주입하는 장면을 통해 '살아 있는 거 아냐?'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사망 진단서, 거울에 비치는 송장 같은 모습, 죽은 엄마와 사는 듯한 꼬마를 보여주며, '정말 죽었나보네...'라는 정신적 혼란을 유발한다. 하지만 잠깐. 정말 잠깐 뿐이다. 기억을 잘 더듬어 보면 전화를 거는 장면, 거울에 입김이 서리는 장면, 시체 고개가 돌아가는 장면 등 살아 있다는 복선을 더 많이 보여준다. 손거울을 보는 마지막 순간 모든 사실이 밝혀지며, 애프터 라이프의 호기심 천국은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그리고 장의사와 잭(꼬마)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며 그녀는 땅에 묻혀버린다. 


 2. 억지스런 순간


  호기심 천국이 지나가면서 이제는 지루함이 찾아온다. ‘결론은 뻔한데, 그 결론을 어떻게 그려낼까’. 라는 기대감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발단, 전개를 거치고 이제 찾아와야 하는 위기의 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결말을 향해 또 느긋하게 달려간다. 멍청한 변호사 남자 친구는 전화를 받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신을 놔 버리더니 쇼윈도 속의 빨간 속옷(잭이 애너가 살아있다고 말한 것을 떠올림)을 보고 무언가를 깨닫는데, 그 순간조차 너무 지루했다. 그 길로 경찰서장을 찾아가 생떼를 부려보지만 결국 결론은 장례식 날 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변호사의 스마트함과 경찰관의 냉정함을 어필하며 긴장감을 좀 더 고조시킬 수 있는 순간은 분명 있었다. 남자친구는 좀 더 지능적으로 장의사에게 접근을 했어야 했고, 형의 시체를 보러간 경찰은 그녀의 가슴 말고 움직임에 관심을 더 가졌어야 했다. 그런 순간들이 싱겁고 허무하게 그려졌다.


3. 억지스런 반전


  애프터 라이프는 마지막 순간 반전을 일으키기 위해 영화의 흐름을 애매모호 하게 이어나갔다. 식스 센스와 같이 일관성 있는 전개를 통해 관객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해주었어야 할 반전의 순간은 미약했고, 공감대도 얻어내지 못했다. 장의사가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와 목적도 불분명하게 그려졌다. 적당히 사이코패스라고만 보기엔 설득력이 약한 부분이다. 주인공은 여전히 살아있었고, 결국엔 죽임을 당하고 남자친구 역시 똑같은 운명임을 암시하는 반전을 꾀한다. 그리고 그 결말엔 제2의 사이코패스가 등장한다. 살아있는 병아리를 땅에 묻고, 그 바닥으로 입성한 꼬마(잭). 바로 2탄의 주인공이 될 인물이다.


4. 억지스런 교훈


  애프터 라이프는 반전이라는 장치로 관객들을 유도하고 있는 영화지만 죽음과 삶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에 시체 보관실의 문이 열리며 한줄기의 빛이 들어온다. 그녀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삶에 대한 미련이 사라진 후였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다루며 삶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다. "죽음이 있어야, 사람들이 삶을 소중히 여기니까..." 라는 장의사의 경구는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변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본 애프터 라이프라는 영화에 대한 견해다. 가뜩이나 혹평을 받은 영화에 더욱 초치는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개인적인 내 생각이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