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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현명하게 죽는 방법에 대한 고찰

직딩H 2011. 3. 1. 07:00

 

  절대공감의 말이 있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면 죽는 다는 것. 당연한 섭리로써 인간의 삶은 영구장천 계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 알면서도 어느 누구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思惟)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불치병에 걸려 초조하게 자신의 죽음과 맞서야 하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은삶에 대한 애착이 일찌감치 사라지게 된다. 단지삶에 대한 집착이라는 모순된 상황 속으로 치닫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원망, 대한 원망으로 시작하여 아직 못다한 삶에 대한 미련과 집착, 남겨지는 자들에 대한 쓰라린 연민에 빠져 혼란스럽기만 하다. 또한 삶에 대한 의욕을 너무도 쉽게 상실하고 비정한 세상에 대한 어떤 미련도 없이 세상을 등져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을 단지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더욱 크게 보고 드넓은 대서양의 작은 파도처럼, 세상이라는 넓은 바닷속의 파도가 되어야 한다. 해변가에 다다르면, 혹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바다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파도임을 깨달아야 한다.

 

  죽는 법을 배우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의 '모리'(근육이 위축되고 마비되는 루게릭 병으로 죽는다)의 말처럼 '죽음을 준비해 가는 것이 바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죽음에 직면한 모리. 그는 "죽으면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警句)로 스스로와 그의 주변을 위로한다. 밑바닥까지 다 타 들어간 양초처럼 서서히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연민과 두려움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마지막 열정을 소진하는 모리의 깊은 뜻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달관자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죽으면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즉 욕구와 욕망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떠나 보낼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표면적 관계를 끊음으로써 진정한 관계가 찾아오는 것이다. 무한한 것 같지만 끝이 있는 고독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찾아오는 평온함.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죽음과의 대면이 삶을 일깨워 준다는 모리의 역설적인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의 오묘한 비극성은 아무리 지혜를 바탕으로 이뤄진 삶이라 해도 죽음 앞에선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 속에서만 실천할 수 있는 목적으로서의 미래를 상실한 이후에 찾아오는 깨달음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변은 결국 편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리가 대변해 주고 있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와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한 인간의 깨달음을 통해서...

 

  가끔은 죽음을 미리 추적해 보는 연습도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의미심장한 성찰이 될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그리 요원한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저자
미치 앨봄 지음
출판사
세종서적 | 2008-05-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루게릭 병에 걸리기 전까지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평생학생들을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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