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유난히도 보고 싶었던 영화 <혹성탈출>.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었다. 시대적 배경도 주제도 스토리도 많이 다르지만 인간의 탐욕과 비극이 너무도 닮은 영화. 바로 <킹콩>이었다.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모든 정보를 차단하기 때문에 <혹성탈출>은 지구에 날아든 외계인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나의 무딘 추측과는 달리 <킹콩>처럼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 전개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인간의 뇌를 활성화 시켜 치매 예방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약물 개발을 위해 수많은 침팬지들이 희생된다. 그 비참한 희생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인간에게 그리고 침팬지들에게 비극이 되어버린다. 침팬지들은 인간들을 위해 만들어진 약물을 통해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지니게 되고 타고난 체력과 발달된 신체 구조로 인간을 뛰어넘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무모한 욕심이 만들어 낸 비극적인 이야기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신의 영역권을 침범하려는 인간의 행위. 이로 인해 우리는 순수하던 동물들이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들은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게 되고 결국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망연자실해질 뿐이다. 비슷한 맥락의 영화 <아일랜드>도 떠오른다. 인간 복제는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린 인간들을 구제 할 수 있다는 아주 그럴싸한 포장지로 포장되어 있다. 이러한 겉모습만 보고 인류는 환호하고 있다.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부작용과 문제점들은 헤아리지 못한채… 여기서도 인간의 생과 사는 하늘의 뜻이며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영화 <킹콩>에서 말이 통하진 않지만 눈빛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앤(나오미 왓츠)과 킹콩의 모습은 잭(칼 던햄)과 앤의 사랑보다 더욱더 아름답게 그려졌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 찡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끝없는 인간의 탐욕은 보는 보는 이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탐욕스런 인간들에 의해 섬을 벗어난 킹콩의 모습은 초라하고 나약해 보였으며, 티타늄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장면에서 극에 다란다. 그의 울부짖음 속에서는 혼란스러움과 비통함이 묻어난다. 앤을 지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는 킹콩에게 가해지는 인간의 매정함이 너무도 마음 아팠다. 해골섬에서처럼 노을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을 해하려는 자들을 피하기 위해 힘겹게 오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전투기와 벌이는 킹콩의 사투는 눈물겹도록 힘겹고 비참해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들이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영화 <혹성탈출>, <킹콩>은 영장류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영장류들은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았을 때 그들 본연의 모습을 하고 그들답게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의 탐욕스러운 손길이 닿으면서 그들이 결코 겪지 않아도 될 비극적인 일을 겪으며 비극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다.
<혹성탈출>에서 여주인공의 말처럼 ‘그들은 그들이 사는 곳에서 그들 본연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인간 또한 인간답게 살아갈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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