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직딩의 하루/:: 직딩잡담 ::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 어머니를 향한 잔인한 유혹

직딩H 2010. 9. 15. 06:30

 

손가락 한 번 꾹! 눌러주세요^^

  아버지께선 어느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막 취직을 한 상황이었지만 갑작스런 가장의 부재는 어머니와 막내인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현실 이었습니다.

  저 혼자 벌어 두 식구 못살겠냐 싶었지만 어머니는 하루하루 막내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핸드폰으로 친구라는 어떤 분께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셨지만 핸드폰은 개통한 채 얼마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친구라는 분은 아버지의 소식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시며 어머니를 바꿔달라셨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위로하며 어머니께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잘 모르는 분이었지만, 어머니께서는 몇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약속을 잡고 며칠 뒤 어머니는 그 분과 만나셨습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어머니는 더 힘이 없어지시고 무슨 걱정이 있으신 듯 보였습니다. 저는 아버지 때문에 그러려니 안타깝게만 생각했습니다.

                                                                                                                           ⓒ : flickr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 있는 저에게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며 아버지 친구를 만난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그 아저씨는 어머니와 식사를 하시면서 어머니를 꼬셔 다단계 회사에 데려간 겁니다. 살림만 하시던 세상물정 잘 모르는 어머니한테 아버지도 안계신데 생활비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며, 다단계에 끌어들였고, 어머니는 그날 카드로 1,000만원을 긁어 버렸습니다. 후회를 하시고 속을 끓이시다가 저에게 전화를 하신 겁니다. 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서러운 생각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다단계 이야기는 주위에서 들어 봤지만 내 가족이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속을 줄 정말 몰랐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것도 서러운데 아버지 친구라는 사람이 나타나 그런 쓰레기 같은 짓을 하다니... 세상 참 더럽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소리 소리를 지르고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도무지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저한테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말만 했습니다. 수십 분을 전화로 실랑이를 벌이고 거의 욕까지 오고 간 뒤 내일 어머니께서 직접 오시면 카드를 취소해 준다고 했습니다.

                                                                                                   ⓒ : flickr


  다음날 저는 회사에 출근을 해야 했고
, 어머니가 혼자 가시는게 걱정이 되어서 어머니 친구분에게 함께 가셔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가신 뒤 핸드폰이 두절이 된 겁니다. 몇 시간 동안을 전화를 해도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안절부절하며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몇 시간 뒤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화부터 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곳에 들어가면 전화가 자동 차단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일이 잘 처리 됐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그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또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다. 카드를 취소해 준다고 어머니를 불러놓고 또 집요하게 설득을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저한테 전화를 하신 겁니다. 저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정말 쌍욕을 퍼부으면서 화를 냈습니다. 전화를 끊고 너무 화가나 핸드폰까지 집어 던지고 울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결국 카드 취소 영수증을 가지고 집으로 오셨습니다.  어머니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막내아들이 가장 노릇 하느라 힘이 들까봐 뭐라도 해보려고 하셨던 맘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머니랑 저랑은 별 문제 없이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께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카드 취소를 하러 갔던 날, 어머니께서는 취소를 하셨는데, 어머니 친구분이 그 아저씨에게 넘어가 2,000만원을 긁고 오신 겁니다. 어머니가 그걸 말리시느라 그날 시간이 많이 걸렸고, 결국 호랑이 소굴에서 몇 시간 세뇌를 받은 아주머니는 얼마간 계속 돈을 넣으시며 활동을 하시다 결국 큰 손해를 보시고 손을 떼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으시고 지금도 친하게 잘 지내십니다. 결과적으로 저 때문에 그곳에 가셔서 그렇게 된 일인데, 자신의 잘못이라 하시며 이제는 그저 헛웃음 지으며 지난 일을 가끔 이야기 하십니다. 정말 죄송스러웠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친구란 사람한테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하니까 세상이 정말 미워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채무관계에 있던 분들도 얼마간은 걱정도 해주시고, 연락도 하시며 돈도 조금씩 갚으시더니 서서히 연락이 뜸해지고 결국엔 두절이 되더군요. 정말 더럽고 치사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세상보다는 그 사람들이 미웠었던 거겠지요.


                                                                                                                               ⓒ : flickr 

   그 당시에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산 사람은 살아 진다고그 말처럼 지금은 제가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버지가 돼서 처자식과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잠시 나에게 혹독함을 줬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을 주었습니다. 어려운 일들을 겪으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고 순간순간 극복해 내면 내성도 생기고 좋은 날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그날을 위해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파이팅 한 번 해봅니다!! 


↓ 손가락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오늘 하루가 행복해 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