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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도우미, 딱 하루면 여자 존경하게 된다

직딩H 2010. 9. 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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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프가 둘째를 낳았습니다. 너무 기쁜 일이죠~ 이제 우리가족은 4식구로 완벽하게 세팅이 되었습니다. 2 3일을 4식구가 병원에서 함께 보내고 일요일에 퇴원을 했습니다.    
 

  산후조리를 위해 도우미 아주머니를 신청했습니다. 월요일(오늘)부터 나오시기로 하셨죠. 그래서 집에서 단 하루였지만 거의 처음으로 육아부터 살림을 기쁜 마음으로 맡았습니다. 도와주신다는 어머니를 만류하고 오늘 하루는 제가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죠. 둘째 탄생의 기쁨을 누릴 여유도 잠시, 일일 도우미로써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일단 집안청소,

청소기를 돌리고 스팀청소기를 다시한 번~~

그리고 구석구석 지저분해 보이는 부분이 왜 이렇게 많은지걸레질을 하다보니 어느새 이마에선 땀이 주루룩땀방울 속에 깨끗한 곳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듬뿍 담았습니다.

 

그러는 와중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도 큰 세살 된 첫째,

아빠, 쉬마려, 응아마려~”

, 알았어 아빠가 해줄게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이틀에 한 번씩 싸더니 왜 하필 오늘이야~’

 

비위가 별로 안좋아 응아는 거의 엄마 차지였는데,
새삼 느꼈습니다.
냄새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완전 어른이잖아…’

자식이지만 지독한 냄새에 헛구역질이 나는 건 체질적으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식사준비,

사골을 먹어야 젖이 잘 나온다고 그랬던거 같은데…’

어른들이 준비해 주신 미역국, 사골 중에 사골을 선택!

산모가 먹을 반찬과 물은 냉장고에서 20-30분 전에 꺼내놓으라는 이모님의 말씀을 받들어 미리 미리 세팅완료. ‘딸내미가 먹을 반찬이 별로 없네라는 기특한 생각이 들어서 계란 프라이까지 준비. 그런데 밥을 푸고 있는데, 왠 타는 냄새. .^ 얼른 가보니계란의 한쪽 면이 갈색으로.ㅠ 얼른 버리고 다시 하나 더! 치즈까지 넣고 맛있게 성공.

 

그런데, 모진 딸내미

나 계란 안먹어. 김에다가 싸먹을꺼야~!!!”

아빠가 열심히 만들어 줬는데, 엄마한테 달라붙어 김에다가 싸달라고 하네요

뭐 대단한 반찬도 아니었지만 어찌나 섭섭하던지어린시절 어머니께서 열심히 만들어주신 반찬을 맛없다고 투정하던 시절의 반성이 되더군요~~ 이렇게 정신없이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23일간의 밀린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와이프 좌욕 세팅, 선풍기 집어넣고, 가습기 꺼내 닦아놓고, 분유병 소독하고, 분유타고, 딸내미 목욕도 시키고, 다음 날 출근할 때 입을 와이셔츠도 다리고책 읽어 달라고 졸졸 쫓아다니는 딸내미 책 읽어주고(어찌나 책을 계속 가져오던지 목이 아직도 칼칼 하네요)

 

뭐 이렇게 할 일들이 많은지

이런 일들은 99% 와이프가 다 하던 일이었는데, 안방에서 아이 젖을 물리고 있는 아내의 빈자리가 어찌나 크게 느껴지던지그리고 그동안 이렇게 밖에 나가서 돈 벌기보다 힘든일을 군소리 없이 해준 와이프가 대단하게 까지 느껴졌습니다.

 

와이프를 비롯, 우리나라 모든 주부님들 대단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젖몸살이 난 와이프의 가슴을 뜨거운 수건으로 마사지 해주고, 딸내미와 와이프가 마실 물을 침대 곁에 떠놓고, 길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어찌나 피곤하고 다음날의 출근길이 기다려 졌는지 모릅니다.


 

  추석 연휴 동안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안 나오셔서 제가 또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예쁜 자식을 둘이나 낳아준 와이프를 위해 이까짓거 못하겠습니까. 비록 보수 없는 도우미의 역할이지만 이보다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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