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알람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나 반쯤 감은 눈으로 집을 나섰다. 한 때 출퇴근 길,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살던 나는 이제는 가방에 들어있는 책을 꺼내는 것도 귀찮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대충 훑어본다. 정신은 반쯤 나가 있는 것 같은데, 몸이 알아서 환승을 하더니 어느새 회사다. 팀원들과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아 기계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아무 의미도 없는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된다.
이처럼 직장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좀비 바이러스! 이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우리 회사에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알아야 백신을 찾을 수 있다. 일단 자신의 '좀비 바이러스' 지수를 먼저 체크해 보자.
왜?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누구나 부푼 꿈과 희망을 안고 첫 출근을 한다. 여기에 플러스 ‘열정’은 필수!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일촉즉발의 프로젝트를 맡아 패배와 실패를 맛보지만 결국엔 고난을 극복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겠지? 처음에는 복사, 커피심부름, Ctrl + C와 Ctrl + V 를 무한 반복하는 업무 등을 도맡아 하지만 결국에는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잘나가는 직장인으로 성장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꿈을 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례1)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 그 중에서도 그룹의 우수 인재로 선발돼 해외 연수까지 다녀온 직장인 J. 연수를 마친 후 부푼 꿈을 안고 첫 부서에 배치 됐다. 똘똘하고 야무진 성격에 팀장님뿐만 아니라 선배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늘 밝아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던 J는 날이 갈수록 표정이 굳어가더니 대리 직급을 달자마자 회사를 돌연 그만뒀다. 이유는 ‘맨날 똑같은 일…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였다. 퇴사 후 J대리는 3개월이 넘는 지금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결론은 정해져 있다. 평생 무기력하게 살거나, 극복하거나, 당장 회사를 그만두거나… 물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월은 1년, 2년, 3년… 쉼 없이 흘러간다. 찌들어가는 무기력감에 회의를 느끼며, 수도 없이 관둘 생각을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해 5년,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리 직딩들의 모습.
이렇게 흘러간 시간만큼 오랜 세월의 화려한 경력?이 쌓이기도 하겠지만, 이보다 더 큰 부작용이 작용하기도 한다.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그 기간이 10년 정도가 된다. 그런데 지금 10년 이상이 된 직장인들, 과연 자신의 분야에서 달인이 되어있을까? 아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전문직이 아닌 이상, 순환 근무를 한다. 한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러한 순간 직장인들은 또 한 번 괴리감에 사로잡힌다. ‘그 동안 무엇을 했을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나가면 먹고 살 수나 있을까?’, ‘잘리면 어떡하지?’ 등 많은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10년 차 직장인 사표대신 책을 써라>라는 직장인 자기계발서도 있지만, 이 책에서 전제하는 것도 역시 ‘직딩 10년 차는 달인이다’라는 것이다. 꼭 10년 차 이상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패기 넘치던 신입이라도 만족스럽지 못한 직장생활이 쌓여가면서 금새 무기력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례2) 대기업 입사 10년차 K과장은 입사 초 활달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무언의 ‘Yes’맨으로 통한다. 마인드가 긍정적이어서가 아니라 만사가 귀찮기 때문이다. 말을 해도 잘 통하지도 않는 조직문화, 열심히 노력해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저 ‘네~ 네~’, ‘알겠습니다’만 연발하며 살고 있다. ‘나도 한 때 잘나가던 팀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인정도 받았는데… 지금은 다 싫다. 다 싫어…’라는 말을 자주 내뱉곤 한다.
우리는 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점점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업무에 대한 만족도, 사람에 대한 만족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지루하고, 딱딱한 일상에 직장인들은 지쳐만 간다. 팀원들과 마주하기도 싫어지고, 예민해지고,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회의가 소모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무기력함을 티내지 않으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만 적당히 하면 된다라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주위에는 일에 대한 목표도 없고 열정도 없는 동료들이 많다. “OO대리는 일을 너무 건성으로해”, “OO과장은 시키는 일만해”, “OO차장은 무슨 일이든 너무 소극적이야” 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바로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저 월급이 필요하니 다녀야 한다는 마인드가 우선시 되는 경우도 다반수다.
사례 3) 광고대행사를 다니던 L대리는 입사 일년 만에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 때문이기도 했지만, 10여년 후 팀장이 되었을 때 자신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였다. 시도 때도 없는 야근으로 회사에서 수시로 잠을 자며, 담배에 찌들어 있는 선배의 모습이 너무도 무기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무기력한 일상에 낙심하고, 무기력할 것만 같은 미래에 지래 겁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무기력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헤어나오기는 더욱 어렵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무기력함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좀비 바이러스’ 백신을 찾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받는 일, 상사, 후배, 동료… 등 직장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포자기’하는 순간 무기력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다시피 직장생활에서 그다지 큰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만은 없는 일.
직장 내부에서 활력을 찾기 어렵다면 직장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관점을 살짝만 돌려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 평소 관심 있던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다루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동호회 등을 찾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활동을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활력을 되찾기도 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부담스러운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을 과감하게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무기력증을 극복할 수 있다.
결국은 스스로가 무기력증에 빠진 자신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력증에 빠진 자신을 그저 방관한다면 의미 없는 직장생활을 허무하게 마무리 하고, 더욱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무기력함은 퇴직이나 이직만으로 절대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일단 그냥 그만둘까’라는 위험한 발상은 휴지통으로 던져 버리고, 스스로 백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시작이 반이다. 무기력함에서의 탈출을 시도하는 순간 좀비 바이러스는 서서히 자취를 감춰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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