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직딩의 하루 203

순간의 꽃, 너무도 짧지만 너무나 긴 사색과 여운

​ 은 짧고 단순하고 유치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순수한 고은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시집이다. 평생 시집이라고는 학창시절 이후 처음 접해 보는 것 같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으니 스스로에게도 좀 쑥스러웠지만, 나름 감동도 받았다.​ 은 ​117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지는 못한다. 왜냐면 시 한편을 읽을 때마다 깊은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도 많다. 너무도 짧지만 너무도 긴 여운을 주는 시집이다. ​ ​나도 누구도 매 순간의 엄연한 기운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존재 자체가 변화 미분들의 순간을 이어가는 것 아닌가. 그 순간들이 사물이나 현상 그리고 나 자신의 심성의 운율에 끊임없이 닿아오면서 어떤 해답을 지향한다. –고 은- ​ 모두 제목 ..

영화 프록시, 관심에 목마른 이방인들의 처절한 몸부림

영화 는 시작부터 충격적이다. 9개월 된 임산부의 배를 벽돌로 가격하는 신.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스토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관객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잔혹함, 경악, 싸이코패스, 어긋난 동성애, 관심병 등이 이 영화의 주요 키워드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결말 또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냉혹했다. 왠지 모르게 침울한 분위기의 에스더(알렉시아 라스무센)는 임신 9개월에 산부인과에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아이를 잃게 된다. 곁에 아무도 없는 에스더는 사별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그 모임에서 음주운전자로 인해 남편과 아들을 잃은 멜라니(알렉사 하빈스)를 만나게 된다. 각각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은 금새 친해지게 되고 만..

나는 그럭저럭 살지 않기로 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자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누구도 그럭저럭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우리 직장인들,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럭저럭이라도 사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씁쓸한 현실. ​ 이 책 는 너무 잘난 사람 이야기다. 그래서 처음에는 반감이 좀 들기도 했다. 하버드 중퇴, 마이크로소프트사 입와 퇴사자기 전하는 조언의 글이다. 나와는 동떨어진 딴 세상 사람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누구는 이렇게 살고, 누구는 이렇게... 살고 있다. 책의 내용에서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고, 배울점은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중간 중간 마음을 파고드는 내용들이 꽤 있었다. 책 한권에서 단 한 줄이라도 건지면 성공..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직장인들에게 바치는 힐링 도서

은 429페이지의 두꺼운 책이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두꺼운 책이라는 것을 금새 잊을 만큼 짤막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은 서천석의 마음연구소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내용을 엮어서 만든 책이다. 은 말 그대로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스스로 헤아리게 하고, 쉬게 하자는 취지의 책이다. 저자가 의사이긴 하지만 책에는 전문적인 내용도 어려운 내용도 없다.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들로 꽉차있다. 다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내용이지만, 기억 저편에 있기 때문에 평소 잘 헤아리지 못했던 잠든 내면을 일깨워주는 그런 책이다. 그렇다고 지치고 힘든 일상에 대한 어떤 해결책이나 답변을 기대하지는 마라. 그저 마음의 평온함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소소한 지침 정도이니까. 몇 가지 눈에 쏙쏙..

빅 히어로,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영화

영화 를 봤다. 무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그런 영화였다. ​ 108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을 비롯 주변의 대부분의 아이들도 1시간 48분이라는 시간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아이랑 같이 와서 코를 심하게 골던 아저씨도 있긴 했지만... ㅡ.ㅡ^) ​'빅 히어로'는 무지하게 부러운 천재 공학도들의 이야기다. 좀 더 자세하고 간단하게 설명하면, 천재 공학도, 로봇, 우정, 파괴, 분노, 발명, 복수, 슈퍼 히어로, 승리?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표살 때 '슈퍼 히어로' 1시 10분 3장이요... 이랬다가 망신 ) ​ 식상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몰입도는 최고였다. 아기자기한 천재 공학도들의 발명품도 볼거리였고, 베이맥스가 어설픈 로봇에서 '슈퍼 히..

영화 하이힐, 차승원이 내려친 금기의 벽

차승원 주연의 영화 하이힐을 봤다. 영화 장르는 느와르, 액션. 딱히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시간대가 맞는게 없어서 택한 영화였다. 잔인함으로 시작해 잔인함으로 끝나는 영화 하이힐. 하지만 잔인한 깡패 영화라는 커다란 틀 속에 담아낸 이방인(트렌스젠더)의 삶은 왠지 모를 씁쓸함과 찝찝함으로 내 가슴 한켠에 머물러있다. 이 영화 하이힐은 여자가 되고 싶은 거친 남자의 삶을 다룬 영화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살아 숨쉬는 여성성 때문에 더욱 더 상남자가 되어버린 윤지욱(차승원)은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경찰로 명성을 날리는 형사다. 그는 자신의 여성성을 부인하며 살아왔지만, 더 이상 자신을 부인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여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여장을 한 차승원의 모습이 처음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실소를 ..

뮤지컬 김종욱 찾기, 신들린 3인 100역에 배꼽 빠지다

요즘은 종종 대학로를 찾게 된다. 찌든 정서를 조금이나마 환기 시키기 위함이랄까. 그런데 가끔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연으로 정서가 더 피곤해 질 때가 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공연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메말라 갈라져가는 나의 정서를 보듬어준 뮤지컬은 바로 김종욱 찾기다. 영화로도 개봉을 했지만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고, 내용도 전혀 모른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찾은 대학로 쁘띠첼 시어터. 고등학생들로 가득한 공연장, 젊은 열기 속에서 젊음을 더욱 만끽하고 돌아왔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진부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사랑을 찾는 여정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극의 활기를 더해주며, 매 순간 순간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쉴새 없이 ..

카모메식당, 맹물 같지만 행복이 가득한 소설

친구의 추천을 받아 무레 요코의 소설, 을 읽었다. 다분히 여성적이고 감성적 소설의 결말을 접하고 느낀 점은 맹물 같은 소설이란 것. 이 말은 맹탕 같은 소설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물은 아무 맛도 없지만 가끔씩은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하고, 아무 화학약품이 첨가되지 않아 타음료와 차별되는 순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소설, 카모메 식당이 이런 물의 매력과 강점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도조차 소박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핀란드 헬싱키의 한 식당으로 모인 4人. 일본인 아줌마,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와 핀란드인 청년 토미. 이렇게 4명이 주축이 되어 소설은 흘러간다. 책을 읽다 보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소설의 구성을 무시한 체 발단-전개-결말로만 엮어진 느낌이 들기..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그건 개꿈 아니야

꿈은 반대라는 말을 지금까지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책 한 권,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을 통해 꿈은 나의 무의식을 재구성해 주는 현실에 대한 충실한 반응과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이러한 이론은 받아들이는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이 책,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은 정신건강전문의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때문에 어찌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허무맹랑하게 보건 설득을 당하건 다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난 이 책을 한 마디로 ‘신선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김현철원장의 모든 꿈 풀이를 공감하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이 개꿈이라고 말하는 꿈들이 이제는 더 이상 개꿈 이라고만 느껴..

우리는 사랑일까, 사랑에 대한 과한 의미 부여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읽었다.(너무 재미없고 어려워서...) 이 소설은 두 남녀의 어긋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흔하디 흔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다른 소설들과 다른 점은 남녀의 심리를 매우 심오하고 또 복잡 미묘하게 표현하고, 묘사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앨리스와 에릭의 대화가 이어진 후, 또는 어떠한 상황을 묘사한 후 아주 심오한 철학적, 혹은 문학적 분석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철학자들과 문학가들의 사상에 빗댄 설명이 이어지고 사랑에는 도통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예술적 의미도 부여한다. 또한 간간히 그림과 표 등을 통해 간단 명료한 부가 설명을 추가 하기도 한다.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와 심오한 사랑에 대한 분석이 주기적으로 이어..